백조도 집단 따돌림을 합니다
백조도 집단 따돌림을 합니다
  •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 승인 2011.11.01 11:47
  • 호수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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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


며칠 전, 필자는 생활 속의 심리학을 수강하는 한 학생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교수님. 과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과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강의시간에 항상 어두운 얼굴로 혼자서 자리에 앉아있던 이 학생의 메일이 ‘은근한 따돌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따돌림은 상대방을 놀리거나, 때리거나, 비난하는 등 직접적인 방식도 있지만, 상대방이 오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거나 과제가 있어도 알려주지 않는 것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의 따돌림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따돌림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 정도는 따돌림의 경험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이유도 정말 다양합니다. 어린 시절은 왼손잡이라서, 키가 작아서, 못생겨서,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못해서 등 주로 보여지는 것들이 이유가 되지만, 나이가 들면 성격이 괴팍해서, 나와 맞지 않아서, 생각이 달라서 등 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를 원합니다. 그 사람의 고향, 취미, 성격, 생각, 버릇, 좋아하는 것 등. 가능하면 재빨리 알아차리고 싶어 합니다. 그럼, 왜 우리는 사람들을 알기를 원할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상대방을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열망에는 단순한 호기심도 있지만 상대방을 재빨리 알아차려서 그 사람에게 대처하고 싶은 동물적 본능이 우리의 무의식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낯선 동물을 만나면 그 동물의 생김새나 냄새를 통하여 위험한지 아닌지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은 ‘뚱뚱한 사람은 마음이 넓다’ ‘눈이 찢어진 사람은 성질이 고약하다’, ‘마른 사람은 신경질적이다’, ‘둘째는 사교적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섬세하다’, ‘남자가 여자보다 3배 빠르게 사랑을 느낀다’ 와 같이 무수하게 사람들의 차이를 알아내고 이를 분류하고 범주화합니다.


범주화는 같은 속성과 특성끼리 묶는 것으로 우리에게 상대방이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범주화는 ‘우리’와 ‘타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차별에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차별에 대표적인 사회적 현상이 ‘집단 따돌림’입니다.


집단 따돌림은 인간만의 사회적 행동은 아닙니다. 백조의 경우도 흑조가 태어나거나 색이 다른 백조가 태어나면 부리로 쪼아서 그 무리에서 내쫓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따돌림을 합니다. 백조들에게는 흰색을 유전적으로 보존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의 따돌림의 이유 안에도 나를 보호하고 싶은 무의식적 본능이 있습니다. 가령, 얼굴이 못생긴 사람을 따돌리는 것은 얼굴이 못생기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나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따돌리는 것은 가난하면 남에게 무시를 당하고 사회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즉 따돌림의 이유는 나의 두려움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이 누군가를 따돌리고 있다면, 그것은 나의 두려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두려움은 상대방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입니다.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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