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성(1)
자아정체성(1)
  •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 승인 2011.11.08 16:06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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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물건을 남긴다

 

위의 사진은 필자가 아는 사람의 사무실에 있던 소지품입니다. 이 사람은 남자일까요? 아님 여자일까요? 이 사람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이 사람의 성격은 어떨까요?   


자, 답을 아시겠다고요. 우리는 위의 사진만으로 이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 성별, 직업 등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이나 물건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알아내는 심리학 분야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 심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샘 고슬링 박사는 사람들의 소지품으로 사람들의 성격이나 성향들을 알아내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을 ‘스누퍼’라고 합니다. ‘스누퍼’는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원래 뜻이 있지만 직감을 넘어 과학으로 상대를 읽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리학은 사람들을 알고 싶은 열망으로 생긴 학문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있는데, 이런 열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입니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마음을 재빨리 알아차려야 상대방에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성격이 다혈질이면 엄마에겐 자동차를 사달라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또 전공 교수님이 보수적이면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고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상대방의 취향, 성향, 생각 등을 미리 알면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스누퍼’들은 사람들의 성격을 소지품이나 물건으로 알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소지품과 물건을 통해서 어떻게 사람의 성격을 아느냐고요? 사람의 소지품과 물건이 성격을 드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아정체성’입니다. ‘자아정체성’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적인 공간을 꾸밀 때 무의식적으로 자아정체성을 드러내는 물건들을 진열하게 됩니다. 사진, 그림, 음악 CD, 책, 존경하는 인물의 격언 등 사적인 공간에 있는 물건들은 그 사람의 성향, 취향, 성격 등을 드러내게 됩니다. 가령 방에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념품이 한 가득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옷장에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의 옷들이 걸려있다면 그 사람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생활 속의 심리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지품이나 물건들을 조사해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저는 모자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많았습니다. 특히 야구모자가 많았는데,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을 때 그 모자들을 하나씩 구입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전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인걸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사소한 물건들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의미가 있는 것들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물건을 남깁니다. 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오늘 당장 자신의 소지품이나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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