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행복] 김동호 석좌 교수
[금주의 행복] 김동호 석좌 교수
  • 이영은 기자
  • 승인 2011.11.08 17:52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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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미래를 들여다보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들여다보다 "오랜 기간 연습한 K-pop 가수들이 지금 빛을 발하듯이 우리 영화도 오랜 기간 준비하면 및을 발할 것"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을 떠난 지금도 한국 영화의 미래를 생각하는 그. 이제는 우리 대학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제 3의 인생목표라고 한다. 행복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행복을 찾아서 11. 김동호 석좌교수(전 부산국제영화제위원장)
좋은 영화는 “보면 안다”
영화콘텐츠인재양성이 제 3의 인생목표

행복은 현재를 만족할 때 하나, 꿈을 이뤘을 때 둘.

 

 

새벽 5시에 문자를 보내도 수신확인이 되는 김동호 석좌교수. 매일 새벽 5시에는 일어나 운동을 하는 그의 아침습관은 1971년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굳어졌다고 한다. 동네 극장에  가 심야영화를 자주보고 심사할 때 영화를 본다는 김동호 석좌교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만든 장본인이다. 지난 10월 국·내외 영화인들의 축복 속에서 BIFF를 떠난 김동호(75) 석좌교수가 이제는 15년 동안 쌓아온 자신의 영화 노하우들을 교육에 쏟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이번에 설립 인가를 받은 우리 대학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의 의미와 나아가 그의 인생전반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현시점에서 갖는 의미는?
우선 한국영화는 산업적인 측면과 예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2006년을 기점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1998년에서부터 고도성장을 이뤄 2006년에는 국내시장점유율 63.8%이라는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 이후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며 작년에는 47%에 그쳤다. 또 대외 수출 면에서도 2005년에는 7600만 달러였던 수출이 2006년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작년에는 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질적인 면에서 봐도 1998년에 한국영화가 칸에 진출하기 시작하며 2000년부터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았는데, 최근 들어 수상이 뜸해지고 경쟁순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런 위기의 근본요인은 좋은 영화가 뒷받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객을 끌만 한 좋은 영화가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 좋은 영화감독들이 있음에도 제작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영화가 산업적이나 예술적인 면에서 침체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어떤 형태로든 극복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영화 제작에는 할리우드에 비해 기획, 인원, 특히 시나리오 쪽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번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설립을 계기로 콘텐츠 분야의 교육을 강화시키고 한국 영화가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고서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
해외와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영화제작사와의 산학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현장맞춤형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영화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대학과 제휴한 채프만, USA 대학 같은 경우, 교수진과 수업 기자재 모두가 할리우드와 대등한 수준이다. ‘현장과 산업이 직결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영화 산업으로 나갈 수 있는 환경.’ 국내에 있는 다른 대학들과의 차별점 역시 바로 여기에 뒀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은 산학협력을 통한 현장맞춤형 인재양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어떤 소양을 가진 인재를 바라나?
아직까지 칸, 베를린 등의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사람이 나오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영화 교육과정의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영화가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전체영화산업의 80%를 차지하지만 할리우드, 중국, 아시아, 인도 등의 광대한 세계시장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런 국제시장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국제적인 인물을 원한다. 세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각 나라의 감성에 맞는 창의적인 콘텐츠개발과 그를 요리하는 기획자, 연출자와의 혼연일치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는 머리가 창의적으로 팍팍 튀어야 한다. 또 하나는 철학, 역사, 문학 등의 문학적인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원에서는 세 개의 트랙과목을 융합한 교육, 또 1학년 1학기에는 인문학적, 글로벌 마인드에 중점을 둔 교육을 할 계획이다.

 

>> 김동호의 ‘영화’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나?
우선 스토리가 탄탄해야 하고, 구성면, 내용면에서 감동을 줘야 한다. 또 모든 촬영, 연기, 등이 종합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좋은 영화라 할 수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 국내 영화로는 임권택 감독의 ‘만다라’같은 영화가 상당히 좋은 영화의 반열에 들어가는 영화라 생각한다.

▲김동호 교수만의 영화제 심사기준이 있다면?
심사기준은 영화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새로운 감독을 중점으로 보며 창의성, 발전가능성, 실험성을 본다. 또 베니스, 칸, 베를린 등의 영화제들은 전반적으로 작품성과 재미를 겸한 것들을 본다. 어느 경우든 간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대상을 받기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영화들은 보면 안다. 심사하기 위해 영화를 보다보면 잘 만들어진 영화를 느낄 수 있다. 의견을 모으는 단계에서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심사위원들도 좋다고 한다.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흥행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체로 칸이나 베를린에서 상을 탄 영화들은 흥행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중성이 없지만 김기덕 감독의 ‘악어’ 등의 작품은 작품성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다. 하지만 관객들은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섭외의 대가’, 마당발로 소문났다. 그 노하우는?
한국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면 구석에 서 있거나 한국 사람들끼리만 얘기한다. 나는 가능하면 외국 사람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얘기하고, 밥 사주고, 술자리도 만들어 2,3차까지 간다. 흔히 2005년에 방송매체나 인쇄매체에서 ‘김 아무개는 술로 성공시켰다, 술로 세계국제영화제를 제패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술자리를 많이 가진 편이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배우와 감독들이 무대인사, 수상하는 순간에 한국 카메라맨이 없거나 근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가깝게 볼 수 있는 나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15년 전부터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꼭 프린트 해서 돌려주는데 해외 나갔던 감독, 배우치고 내 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여기 있는 사진들도 다 순간순간의 표정이다.(서관 5층 로비에는 김동호 석좌교수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이렇게 하다보니 한 번 만난 사람들을 꽉 붙들어놓는 기질이 생긴 것 같다.


>> 행복

▲제 3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를 지난 10월에 그만두며 직접 영화도 만들어보고 미술과 서예를 하며 개인생활에 만족하려고 했었다. 한데 단국대에서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만들어지면서 영화 교육 쪽으로 목표를 수정한 셈이다. 이제는 15년 동안 영화제를 하면서 구축했던 국·내외 네트워크와 해외를 돌아다니며 축적된 경험을 교육에 기여하는 것을 제 3의 인생목표로 삼았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생활을 했었다. 거의 어떻다 할 만한 여가 생활도 즐기지 못했고, 그냥 학교만 오고 다니는 정도였다. 학생들이 항상 창의적인 생각으로 도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학창생활을 한다면 거의 이루지 못하는 꿈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또 글로벌 시대인 만큼 학생 때 전공에 상관없이 적어도 2-3개 외국어를 익히기 바란다. 영어, 특히 프랑스어 또 중국어, 이를 익혀두면 장차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김동호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현 상황에 만족하는 데서 느끼는 행복 하나, 또 도달하기 어려운 일을 성취했을 때도 역시 행복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하나는 현재를 가장 즐겁고,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이 행복이고, 또 하나는 자기가 목표했던 일을 성취했을 때가 행복이다.

▲김동호는 행복한가?
뭐 최고의 행복, 행복의 절정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웃음) 왜냐하면 15년 동안 열정을 갖고 성공시킨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면서 모든 국내외 영화인들이 축복하고 또 아쉬워하는 가운데서 떠났기 때문.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마칠 수 있었다.
이영은 기자 lye0103@dankook.ac.kr

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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