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
[사설]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
  • 단대신문
  • 승인 2011.11.08 18:27
  • 호수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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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학이 거의 일방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부터 사학비리까지 대학의 책임을 면할 길은 없다. 그러나 이 틈에서 정작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에 더 큰 책임을 져야할 정부와 정치권은 일종의 면죄부를 받고 있다. 등록금 문제나 비리사학의 문제는 사실 정부와 국가의 정책의지, 그리고 관련 사학법 개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보다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대학을 옥죄는 것은 취업률이라는 교과부의 대학평가 지표이다. 소위 대학 선진화 등의 이름으로 교과부가 내세우는 대학평가지표는 4년제 대학의 경우 8가지이다. 이 중에 취업률(20%)과 재학생 충원률(30%)이 50%를 차지한다. 여기에 졸업자의 취업을 염두에 둔 수치인 학자금 상환률 10%를 더하면 사실 취업과 관련한 대학평가 지표는 30%로 오른다. 이는 교육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5%), 장학금 지급(10%), 교육비 환원(10%) 등의 지표를 다 합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바로 이 지표에 따라 ‘부실대학’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학생들에 대한 학자금 대출까지도 제한되는 조치가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폐지, 통폐합, 인원축소 등, 교육적 판단이 아니라 취업률 등의 지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학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극단적인 학벌사회라는 점이다. 이런 나라에서 대학별로 취업률에 차이가 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한국은 서울 공화국이다.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취업환경은 비교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나아가 전공이나 분야별로 취업의 난이도나 직업의 형태와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취업률로 학교를 재단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소재를 회피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태이다. 


  말할 나위 없이 대학에서 취업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졸 청년실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문제이다. 어느 대학도 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며 일자리 창출의 책임은 다른 누구보다 정부와 기업에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대졸자 취업은 대학이나 전공학과, 개인에게 책임 지울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청년실업은 근본적으로 일자리의 총량이 줄고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역시 줄어드는 산업/경제적 구조의 변화 또는 편중에서 빚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대학 졸업자의 취업은 정부와 정치와 경제, 즉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다. 거듭 대학은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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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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