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수능
[백색볼펜]수능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11.08 18:31
  • 호수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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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는 과연 몇 점일까


◇ 어느새 까마득하다.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 누구나 힘들다는 고3 시절 밥 먹듯이 치던 모의고사였다. 모의고사 친 날이면 어김없이 친구들과 시험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을 털어놓고, 하루 종일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한답시고 오답 노트를 작성하면서 엉덩이를 책상 앞에 붙이고 있었다. 대한민국 고3 수험생 대다수가 이런 반복적인 하루를 보내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의고사의 실제 주인공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어느새 벌써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근두근. 주위에 응원의 한 마디 전해야 할 동생들이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나이 먹으면서 생긴 못된 심보 하나. 언제부턴가 수능 당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부담을 누군가에게도 괜히 되돌려 주고 싶다. 그러지 않아도 부담 많이 받을 텐데 말이다.


◇ 엉엉 울었다. 수능을 치고 집에 돌아온 그날 저녁, 까다로운 고3 담임선생님은 친절하게 문자까지 돌려가며 당장 가채점 결과를 답장으로 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하기 싫었던 가채점을 한 결과, 남은 것은 멈추지 않는 눈물뿐이었다. 그저 억울하고 허무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무언가 이 날만을 위해 살아온 기분이었는데,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보낼 수 있는 간단한 결과가 어이없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렇게 억울하고 허탈했던 순간도 모두 잊어버린 지 오래다. 이미 수용한 그 결과로 대학생이 됐고, 수능 말고도 인생은 치러 나가야할 시험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 흔히 말한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고. 간단하게 운전면허, 컴퓨터 등 자격증 시험부터 시작해 영어, 한자, 일본어 각종 어학 관련 시험, 학생이라면 중간·기말고사까지 세상에는 온갖 시험이 넘쳐난다. 수능을 치고 대학에 들어가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이 기다리고, 회사에 들어가면 승진 시험이 기다리고…. 심지어 주위 사람들을 떠 보는 인간관계에서의 시험도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제나 부담되고 떨리는 시험이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막상 겪을 때는 그렇지가 않아서 문제가 되지만.


◇ 시험,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참 인정받고 싶어 한다. 가시적인 결과로서 자신의 재능, 실력 등을 보여주려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에 그리 많고도 많은 시험이 존재하는 이유일 터. 물론 반드시 그 능력을 입증 시켜야할 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에게 시험은 이미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삶의 과정이 되어버렸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평가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주인공은 결국 스스로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보다 나의 눈으로 우리를 직시해야 한다. 남들의 평가와 인정보다 스스로의 평가와 반성이 만족스런 인생의 시험 결과를 채득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이다. 수능이 다가오는 시점, 스스로 매기는 인생의 중간점수는 몇 점 일는지. 오늘의 하루부터 시험 삼아 채점해보자. “제 점수는요?”

  <藝>

권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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