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김어준의 ‘직설’이 듣기 싫으면
[학생칼럼]김어준의 ‘직설’이 듣기 싫으면
  • 신현경
  • 승인 2011.11.09 18:47
  • 호수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은 나는 소셜네트워크(SNS)니 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생들 페이스북은 어제 누구랑 어디서 놀았다는 서너 줄짜리 글로 차있고 인터넷 신문 기자들은 연예인 미투데이에서 매일같이 지치지도 않고 셀카를 복사 해다 붙여놓고 대여섯 줄짜리 기사를 쓴다. 내 눈에는 ‘페북’이니 ‘미투’니 하는 것들도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는 세계라기보다는 다 얄팍한 인맥 다지기의 연장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을 뒤흔든 민주화 운동에서에서 SNS가 큰 위력을 발휘한 현장을 목격하고는 SNS의 사회적 기능을 절감했다. 시민봉기를 이끄는 주력부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익숙한 청년세대였다. SNS를 이용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시위를 조직하는 한편 검거를 피하는 방법이나 최루탄 대응 요령 등을 참가자들에게 전달했다. 또 많은 매체가 이번 10.26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당선의 공을 SNS에게 돌리고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참신하고 신랄한 정치권 비판으로 정치에 다소 무관심했던 젊은 층도 흔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소셜네트워크가 기폭제가 되어 국가를, 세계를 뒤흔들며 그 힘을 증명했으니, 보고 찔리는 이들이 ‘체제’를 유지하려 ‘규제’를 하려는 건 당연하다.

나는 네이버를 메인으로 쓴다. 그래서 매일 그 포털사이트가 메인으로 띄우는 기사들에 노출된다. 그 중에는 ‘5.18민주화 운동’을 아직도 ‘빨갱이의 폭동’이라고 말하는 언론도 있다. 그런 언론의 ‘기사’들에 하루에 1600만 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노출된다. 사람들의 인식은 꼭 이성적으로만 성립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이 ‘그렇고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사람은 어느새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어있다. 은밀한 세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이게 우리가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큰 일반인들의 주장을 담은 소셜네트워크의 정보들은 신빙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후보가 보여준 예처럼 여론 조작 알바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에 대해 비판이나 비방을 했을 때 어디까지 허용 되나 이 표현의 자유라는 것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변명이 될 수는 없다.

SNS를 포함한 앱들을 규제하겠다는 명분도 구차하기 짝이 없다. 말을 몇 번 바꾸기는 했지만 박만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이 결론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음란물 차단이다. 그런데 최근 3년간 SNS가 ‘음란정보’를 이유로 접속 차단된 사례는 11건에 불과했다. 반면 정치적 표현도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회질서위반’을 이유로 정보가 차단된 사례는 16,698건이었다. 이 모순이 이번 규제와 정치권력의 연관성을 더 뚜렷이 해준다.

이 엉터리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실은 무척이나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현상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가 잘 못한 일에 대해 누군가가 떠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린 놈이 성내는 거다. 그냥 처음부터 ‘꼼수’ 안 쓰고, 찔릴 것 없이 ‘당당하게’ 일 처리 하면 ‘규제’같은 거,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왜 항상 원인이 된 문제보다 결과로서 나온 문제에 더 집착을 하는지. 욕먹을 짓 하고 욕먹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욕먹을 짓을 안했으면 좋겠다. 정말 잘해서,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번엔 국회의원들이 일 한번 제대로 했다’, ‘이번 정책은 정말 좋다’, ‘국민으로서 뿌듯하다’, 이런 글들도 좀 봤으면 좋겠다.

신현경(영어영문·2)

신현경
신현경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