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학교의 주체다
우리가 진짜 학교의 주체다
  • 이한준
  • 승인 2011.11.09 19:10
  • 호수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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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교의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학사행정과 학교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친절할 뿐만 아니라 민원인들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며 도와주신다고 합니다. 친절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교직원들에 감동한 ㅇㅇ대학교 학생들은 이들의 미담으로 인터넷을 도배하면서 학교 행정서비스의 만족감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다. 필자는 우리 대학 교직원들의 서비스 실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여러 학생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이 소설과 비교 하였을 때 우리 대학 교직원들의 서비스는 그 어떤 대학의 교직원들보다 ‘교육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직원들이 민원인인 학생에 대한 친근감과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반말을 하는 것은 예사이고, 전화상으로 민원을 요청하는 경우, 한 번에 연결되어 처리되는 경우는 흔치않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마음에서인지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 일처리가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림의 여유를 찾는 수도승이 된다. 게다가 전화상으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도 직접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비합리적인 절차라 할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돈을 주고 헬스장을 다녀야 하는 세상에 운동이 부족한 학생들은 교직원들의 배려와 애정에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학생이 게시판에 점심 시간 학생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올렸다. 학생의 글에 의하면 음식에 소스를 더 얹어 달라고 했을 때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거절 하셨다고 한다. 세상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없음을 가르쳐주시려는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호사가들이 교직원들의 이러한 행동을 불친절이나 배려 없음으로 매도할지 모르지만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실천하는 ‘어버이 같은’ 교직원 여러분에게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민주주의의 꽃이어야 할 학생회의 선거와 운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의 ‘호연지기’를 보면 학교의 미래를 책임지고 학생들을 도와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상식과 꼼수가 난무하는 곳이 우리 대학이 아니며 나는 이 대학의 교직원들이 ‘절대’ 그럴 분들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교직원들에 대한 서비스교육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간의 교육 여부가 서비스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상들의 적절한 동기부여 없이는 어떤 형태의 교육도 무의미하다.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이 교직원의 서비스를 평가하지 않는 이상 서비스가 개선되기는 어렵고 어떠한 형태의 교육이라 할지라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싶다. 성인이 되서도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대에 맞서지 못하는 것 역시 잘못이 있다. 내가 가장 비판하고 싶었던 점은 당신들이 진정한 학교의 주체임에도 주체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이다. 주체는 주체노릇을 해야 주체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한준(중어중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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