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결코 취업양성소 아니더라
대학은 결코 취업양성소 아니더라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1.11.15 18:06
  • 호수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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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돌아온 만학도 소연민 씨

소연민(34)씨는 죽전캠퍼스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늦깍이 학생이다. 1997년 중앙대 가정교육학과에 입학했다가 적성이 도무지 맞지 않자 대학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글 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 인생을 10여년 간 살아왔다. 지금은 무척이나 행복한 대학생활을 즐기는 그녀이다. 비록 한 가정의 아내이며 엄마로서 집안일과 애 돌보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녀는 공부하고 대학 생활을 누리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다고 한다.

▲지난 10일 만난 소연민 씨. 인터뷰 당시 항상 선생님이라 호칭했는 데, 그게 불편하다며 '누나'라고 부르라 했다. 연민씨는 글 안에 모두 적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 인생을 살았지만 밝은 사람이었다.

“병 났을 거다.” 대학에 돌아오지 않았더라고 가정 해보자는 질문에 대한 연민씨의 대답이다. “평범한 애엄마처럼 가사일 하고, 엄마 모임 나가고, 책 읽고, 운동 했지만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대학을 그만두면서 인생의 큰 숙제를 남겨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도 했다. “대학을 그만두자 인생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그 공백을 대학이 아니면 채울 수 없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더라.” 그녀가 말하는 공백이란 지금 대학생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한 것들, 예를 들어 사색하는 시간, 선·후배 관계, 동아리 등 만연하게 퍼져 있어 가끔씩 그 소중함을 잃어버리곤 하는 것들의 부재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누군가가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바꾸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대학을 그만두는 학생들을 보며 “이해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그렇게 행동했고, 선택의 과정까지 많은 고민을 해왔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을 부정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대학이 결코 인생에 있어 취업 양성소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다독여 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대학에 다시 돌아오니 보이지 않던 걸 보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다 거치고 나니 젊음이란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배짱으로 도전하는 것, 손익 계산 없이 사랑하는 것, 가끔 치기처럼 보이는 낭만까지. 이 모든 게 젊음이라고 말했다.

사회에서는 젊음이 없냐고 묻자 대학과 사회는 ‘다른 곳’이라고 했다. 사회 속에서 젊음이 없다고 단정 할 순 없지만 먹고 사는 일에 쫓겨 내재된 가치와 잠재력을 묶어둬야 하는 곳이 사회라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 지금의 대학생들이 스펙에 매몰되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했다.

그녀는 혼란과 방황 속에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형식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이 시점은 다시 오지 않더라. 꿈을 찾고 도전하고 실패해 보자.” 

이승제 기자
이승제 기자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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