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롤모델, 있어야해?
[학생칼럼]롤모델, 있어야해?
  • 신현경(영어영문·2)
  • 승인 2011.11.22 12:47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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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실한 사고방식에 반기를 들려한다. 지금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서 우리 이십대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스펙을 쌓으려 분투한다. 이력서를 채울 대외 활동들을 찾아 나서고 스티브잡스에 열광한다. 나에게 롤모델이 누구냐고 묻는다. 그런데 나는 롤모델이 없다. 그래서 네이버에 쳐본다. 롤,모,델, 연관검색어는 롤모델 추천. 도대체 추천까지 받아가며 롤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롤모델 이야말로 세상을 더욱 치열하고 빈틈없게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무한경쟁제도의 기재가 깔려있다. 이명박처럼 ‘훌륭한 기업인’이, 반기문처럼 ‘세계의 대통령’이 되고 싶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매달 이름만 바꿔달고 나오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을 품에 끼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세운다.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막노동꾼 장승수가 한참 트렌드일 때가 있었다. 그는 이십대 청년들에게 영웅이고 꿈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그는 서울대에 들어갔다. 그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나는 노력을 덜 했을 뿐이라고, 내가 정말 죽을 만큼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없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무조건 노력만 하면 누구든지 뭐라도 될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우리의 사회는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전복할 수 없는 경쟁의 메커니즘을 견고히 해가고 있다.

시대의 우상이었던 장승수가 변호사가 되어 말한다. “밥벌이 내팽개치고 무료 변론하는 변호사는 아니고요, 어려운 분들에게 20%정도 수임료를 적게 받습니다.” 그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세계라도 정복할 듯 열정을 쏟아 부어 이룬 그의 젊은 날의 결과물이다. 롤모델의 효력은 떨어졌다. 대신 요즘은 멘토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유형의 롤모델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학생들은 메시아를 섬기듯 멘토에 열광한다. 대표적 멘토인 안철수 교수의 끊임없는 도전과 훌륭한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준다. 하지만 그 또한 의사 집안의 영재 아들로 의대를 졸업한, 설사 일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하한선이 의사인 사회 상위층의 인사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없는 이 나라에서 한번 실패하면 끊임없는 추락이다. 점점 그들의 이야기에도 예전처럼 열정적인 희망과 의지를 다질 수 없는 이유이다. 과연 이십대에게 왜 열정을 가지지 않느냐고, 왜 현실에 안주하려 하느냐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우리 이십대는 점점 자기 내면과의 친분, 나와의 소통보다는 이 미친 사회와의 소통에서 승자가 되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인생의 계획표를 짜고, 나를 대변하는 롤모델을 내세우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보다 모두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인턴 활동, 해외봉사활동으로 인생 이력서를 채워서 자신을 자본사회에서 잘 팔리는 물건으로 상품가치를 승격시킨다. 유용한 소모품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나’의 초상이다. 안쓰럽다.

세상 헐렁하게 사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항구에서 배를 정박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던 어부에게 실업가가 던진 질문. “왜 더 출항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지 않습니까? 그러면 당신은 배를 두 척이나 거느릴 거요. 선단을 거느릴 수도 있겠지. 그러면 당신은 나처럼 부자가 되는 거요.” 어부가 되묻는다. “그 다음엔 뭘 할 거요?” “그런 다음엔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당신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열정과 노력을 미학으로 삼는 이 사회에서 아니 될 말이지만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 말자. 꼭 자기 능력 밖의 것을 쟁취하는 삶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 않나.

 신현경(영어영문·2)

신현경(영어영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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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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