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지구탐방 10. 천안캠퍼스 해외학술문화탐방 D.H.A
REAL 지구탐방 10. 천안캠퍼스 해외학술문화탐방 D.H.A
  • 염성은(생명과학·2)
  • 승인 2011.11.22 12:50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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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와 고진감래의 진수

칠전팔기와 고진감래의 진수

지금도 모두 며칠 전에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다. 탐방신청보고서를 교학과에 제출 했을 때, 말끔한 옷을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학교 관계자 분들 앞에서 반톤 올라간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면접을 봤을 때. 합격통보를 받고 미국에 다녀온 일 까지.

자연대학 학생으로서 인문대, 상경대 학생들보다는 어떠한 프로젝트의 기획력, 문서작성능력, 글 쓰는 실력까지 갖추었다고 하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실력도 모자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쁨도 컸지만 그만큼 학교의 대표자격으로 기관을 방문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었다. 더 많을 것을 얻고 돌아와야 한다는 중압감에 탐방 일정을 빡빡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제는 한창 우리 대학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인 ‘Biotechnology’ 이었고, 이  분야의 선진국인 미국, 그 중에서도 교육적 방면으로 접근하여 UCSD(샌디에고주립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들을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각 학교 담당자들과 접촉하여 세부 일정을 짜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용과 보안상의 이유로 실험실을 개방 할 수 없다는 거절의 메일들이 주를 이루면서 우리 조는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노력해왔던 일들을 생각하니 포기는 안 되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사람 없다란 심정으로 담당자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꼭 그곳에 가고 싶다. 우리의 방문이 절대로 그 학교에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 일은 없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 라고 설득을 했고, 한 달 후 우리 조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그들로부터 OK사인을 받아냈다. 그 뒤로 숙소 예약, 차량 렌탈 등의 부수적인 일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LA는 열정적인 도시의 이미지만큼 햇볕도 뜨거웠다. 선글라스를 끼고 벤치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할아버지, 탱크탑과 핫팬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자유분방한 미국인들 틈에서 긴 청바지에 집에 하나씩 가지고 있을 법 한 반팔티를 입고 가방 하나 씩 짊어진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으니 미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전국 1일 생활권이 가능한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일정을 짠 것이 실수였다. 2일차 까지는 의욕과 설렘으로 잘 못 느꼈는데, 이후엔 두세 군데 일정이 있던 날도 차 안에서 이동하다가 지쳐버리기 시작했다. 지도상으로는 2cm 남짓이라 우습게 봤다가 엄청난 거리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난 후 정말 필요한 곳들만 추려냈다. 다음은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경험 중에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는 예약해 두었던 UCLA 캠퍼스 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가이드를 해준다. 가이드가 해줬던 얘기 중에 입학생들은 모두 2년간의 기본과정을 거치고 전공을 정한 후에 3, 4학년 때는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적성에 맞추기보단 학교 네임밸류나 수능 성적에 맞춰 진학하여 나중에 내가 어디서 내 재능을 꽃피워야 할지 모르고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꽤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여러 과목을 충분히 배우고 심사숙고하여 스스로 전공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학과 공부의 몰입도도 높고 각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UCLA에서 캠퍼스 투어를 담당하는 한 여학생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거절의사를 보이며 우리의 애간장을 녹였던 UCSD 방문이었다. 우선 첫날 교수를 비롯한 실험실 사람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연구하고 있는 것과 실험실 등을 보여주었다. 실험실 앞엔 그들이 붙여 놓은 사진들이 있는데 연구실 사람들이 파티를 하거나 실험하다가 찍은 화기애애한 사진들이었다.

서양인들은 굉장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면도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둘째 날은 우리가 직접 천연연료를 만드는 날이었다. 우선 실험에서 다루고 있는 기본 이론을 실험실 학생들이 설명해주는 시간을 갖고 난 후 실제로 폐식용유에서 연료를 만들어내는 실험을 직접 해보았다. 그들의 연구는 본인들의 비전도 반영되어 있지만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문제 등을 다음 세대를 위해 본인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고 해서 놀랐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를 위해 직접 시간을 내어 자료를 만들고 실험준비도 해준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한국으로 왔다. 처음에는 놀러갈 심산으로 신청한 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마음을 고쳐 잡고 꾸준한 준비와 노력으로 고생한 만큼 얻은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았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다음 기수에도 꼭 우리와 같이 많은 경험을 하고 오길 기대해 본다.

염성은(생명과학·2)

염성은(생명과학·2)
염성은(생명과학·2)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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