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앨리스' 대신 '헌 책'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
<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앨리스' 대신 '헌 책'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1.11.22 13:23
  • 호수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人문화in 44

‘늘어가는 스트레스 넥타이 풀고서 떠나길 바라는 아저씨 아가씨…‘ 요즘 인기 있는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의 일부분이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까? 사실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교통의 편리함부터 조용함, 안락함, 재미에 싼 가격까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헌책방’이다.

최근 헌책방 중에서도 소위 뜨고 있는 곳이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2007년에 문을 연 이 책방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집무실이 공개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의 상임 이사로 일하던 시절 책방 주인 윤성근 씨에게 집무실 디자인을 부탁했다고 한다. 서울 시장 취임 후에도 박 시장은 윤 씨에게 청해 집무실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처럼 꾸며 놓았다.

박 시장이 반한 책방을 직접 찾아가 보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6호선 응암역 3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간판도 없고, 흔히 생각하는 헌책방처럼 길가에 책더미가 쌓여 있지도 않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여깁니다’라고 쓰여있는 B5 크기의 안내문을 찾아야 한다.

책방 안에 들어서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책방 이름에 걸맞게 각기 다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0여 권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상한 나라답게 거꾸로 가는 시계도 있다. 30평 남짓한 작은 내부는 주인이 직접 모은 피규어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해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책방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안락한 소파도 하나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모임이 이뤄지기도 한다. 한쪽 귀퉁이에 있는 작은 무대에서는 가끔 공연이 열리며 영화를 상영할 때도 있어 문화를 즐기기에도 좋다. 청소년은 1,000원, 성인은 2,000원만 내면 음료도 마실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샌드위치와 같은 요기도 할 수 있다.

책은 꽤 분류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종교, 사회, 정치, 한국문학 등으로 구분 되어 있는데, 모두 주인이 읽은 책이라는 점과 여느 헌책방과 달리 교과서, 참고서 등이 없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만의 또 다른 특징은 한 달에 두 번 ‘심야책방’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금요일에는 밤새 책방을 여는데, 이런 날은 손님도 두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요즘 세상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똑똑한 기계들이 넘쳐난다. 편리할뿐더러 가볍기까지 하니 구태여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직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책이 더 좋은 건 왜일까. 오래된 책의 퀴퀴한 냄새가 좋은 건 왜일까. 아마도 헌 책 속에서 묻어나오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지 않을까.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친구,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고즈넉이 잃어버렸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속으로 빠져보자.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김예은 기자
김예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eskyen@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