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이상형
[백색볼펜]이상형
  • 권예은 기자
  • 승인 2011.11.22 14:11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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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유재석에게 열광하는 이유

◇ 한때 이상형이 소지섭이었다. 훤칠한 키와 남자다운 매력에 빠졌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긴 손가락과 눈웃음을 좋아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사회를 좀 더 알아가게 되고, 현실을 둘러보며 이상형도 바뀌었다. 바뀌었다기보다는 이상형은 이상형 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소지섭 같은 남자가 한 명 더 있을 리 없다. 적어도 주위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언제부턴가 외적인 모습보다는 내적인 면을 더 많이 보게 됐다.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행하고, 재밌고 편안한 인상의 사람이 더욱 호감 간다. 그래도 솔직히 잘생기면 좋긴 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요즘 여자들은 소지섭 보다도 유재석 같은 남자를 더 선호한다.


◇ 철수 : “영희야, 안녕?”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여 초등학생 때부터 익숙한 이름. 철수와 영희가 있다. 교과서에서부터 듣던 흔한 이름이라 그런지 ‘철수’하면 ‘표준’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반듯하고 정직한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 근래에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이름을 가진 그이지만 그의 행보는 항상 남다르다. 지난 14일에는 1,500억 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 했다. 대선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그를 두고서 국민들은 그 누구보다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안철수가 추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인물로 주말 저녁, 우리를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연예인 유재석도 있다. 일명 ‘유느님’이라 불리기까지도 하는 그는 안티 없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취업포탈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회사 사장으로 모시고 싶은 인물’로 1위는 안철수가, 2위는 유재석이 나란히 차지했다. 이들을 향한 무한한 신뢰와 관심은 ‘리더, 지도자’로 향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겨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때 발현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서 오는 리더십. 우리가 그들처럼 움직이지 못하기에 따르고 싶다. 공감을 표하며 그들에게 좀 더 정의로운 모습을 투영시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는지.


◇ 안철수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세대 정치주자로 주목받는 것도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만 난무한 시대에 안철수라면 틀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제시해줄 것 같은 기대 덕분이다.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기에 가능하다. 유재석 역시 방송 안에서나 밖에서나 누군가를 향한 ‘배려’가 진심으로 느껴진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절대 쉽지 않다. 그러한 모습을 토대로 믿음을 주는 것은 더욱 어렵다. 원래 평범하게 사는 것, 표준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철수 같은 남자를 표준으로 삼아 많아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외모를 보지 않고 고르는 이상형은 도리어 이성을 보는 눈을 더 높게만 만든 것 같다. 철수 같은 남자 어디 없나.

 <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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