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정체성(3)
자아정체성(3)
  •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 승인 2011.11.22 14:36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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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 친구들과 오해가 생겨서 따돌림을 당한 S양은 울면서 하소연을 합니다. 얼마 전, S양은 졸업 작품의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에 한 친구와 함께 아이디어를 의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표 날, S양의 졸업 작품과 그 친구의 졸업 작품이 거의 유사했습니다. 그 친구는 S양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 생각을 하였고, 과 친구들도 S양이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나는 정직한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S양은 너무 억울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S양처럼 상대방과의 오해로 인해서 억울한 일이 다반수입니다. 상담자라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사람들 간의 오해 때문에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실제로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오해로 인해서 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밤새고 들어 왔는데,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친구나 만나서 밤새고 오냐”라는 엄마의 말에 화가 난 A군. 병든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자신에게 “유별나다”라고 핀잔을 주는 부인이 미운 C씨.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타인이 오해하면 화가 납니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행동을 오해하면 더욱더 화가 나고 억울합니다. 이때는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난 의리 있는 친구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A에게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 정체성을 위협하는 어머니의 말은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만듭니다. ‘나는 아들이다. 아들은 부모를 모셔야한다’라는 정체성을 가진 C에게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당연한 행동인데, “유별나다”라는 부인의 말은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만듭니다.


자아정체성은 현재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또한 삶의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자신이 정해 놓은 자아정체감에 따라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고 삶을 결정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기준인 자아정체성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고집스럽다, 우둔하다, 이기적이다, 바보 같다’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행동들을 합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고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합니다. 한 영화에서 한 조폭이 “니가 날 양아치로 알아. 난 깡패야”라고 말하며 상대방 조폭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을 본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양아치나 깡패나 한끝 차이인데, 깡패에게는 목숨 걸고 싸울 가치가 있을 만큼 자신의 정체감을 위협하는 말인가 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행동과 삶을 결정하는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습니까?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자신만의 정체성이 있습니까?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아서 억울하고 화가 났던 적이 있습니까? 혹시 당신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이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 억울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그가 목숨처럼 여기는 그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김은실(특수교육)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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