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캠퍼스 학생회장, '톡' 까놓고 말하다
양 캠퍼스 학생회장, '톡' 까놓고 말하다
  • 김상천·서준석 기자
  • 승인 2011.11.22 20:42
  • 호수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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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예은 본보 편집장(왼쪽)과 최민석 죽전캠퍼스 총학생회장이 17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최민석(경제·4) 죽전 총학생회장

-올해 축제는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
‘진짜 놀맛 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받는 부담이 좀 많나. 축제 때만큼은 쳇바퀴에서 내려와 온갖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자 했다. 학생들이 공감해줘서 기쁘다. 우산, 바람개비나 등으로 캠퍼스를 꾸민 건 11학번 후배들 아이디어다.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한 것이다. 300만원정도 들었는데, 타 대학 축제 예산과 비교했을 때 절대 크지 않은 금액이다.
 
-체전도 계획한 것이 많았었다던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구조조정 발표 때문에 무산돼서 정말 아쉽다. 청백전 형식으로 모든 단과대 전교생과 교수·교직원을 두 팀으로 나눠 학교 전체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계획했었다. 학생, 교수, 교직원이 다 같이 어우러져 대학 전체가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총장과 비누 줍는 사이’ 등 지독한 악플들에 속이 많이 상했을 것 같다.
‘당신이 취업 안 되도록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임기 동안 365일 중 300일을 학교에서 살았다. 약속한 공약을 지키려고 총학생회 전체가 부지런히 뛰었다. 그런데도 비난과 인신공격이 쏟아질 때 좌절하고 속이 많이 상했다. 자려고 누워서 내가 혜당관 앞에서 목매달고 나자 학생들이 그제야 진실을 알아주는 상상까지 했었다. 총학의 원동력은 결국 공약을 실현했을 때 학생들이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는 보람이다.

-학생들의 맹목적 비난과 무관심이 장벽이었겠다.
도서관 게이트를 열겠다고 했을 때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근데 열어놓고 나니까 왜 열어서 열람실 씨끄럽게 하냐는 비난이 나와 당황했다. 도서관 자리 독점을 해결해달라고 해서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했더니 왜 인권침해 하냐고 비난받았다. 교내 순환버스를 유치하려고 방학 내내 매달렸는데 ‘내가 이용해 보진 않았지만···’으로 시작하는 비난 글을 읽는 허탈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학생복지위원장을 할 때는 이런저런 사업들을 진행하고 남은 예산이 300만원 정도 됐었는데 그걸로 문화상품권을 사서 방학 중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줬었다. 방학에도 거기서 씨름하는 학생이야 말로 학교에서 응원해줘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왜 예산낭비하냐고 또 비난받았다.

-학생들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나.
불만이 있다는 것은 일단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그런 만큼 대학의 발전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임기 동안 이런 저런 학생들 의견들에 공감하고, 때론 냉철한 비판에 반성도 했었다. 다만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말이 비난을 위한 비난이 되지 않게끔, 그리고 무엇보다 내 학교의 일인 만큼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며 깊이 있게 봐줬으면 한다.

더불어 교수님들에게도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몇 년 다니고 지나가는 학생들만 죽어라 학교발전을 외쳐도 소용이 없다. 학교가 발전하려면 교수님들이 많이 노력해주셔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을 점수로 평가하는 단순한 인간관계로 보지 말고, 스승과 제자로서의 정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억울한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다. 만약 취직해서 상사들이 동시에 갈궈도 끄떡없을 거라 자신한다. 만 명한테 욕먹는 것만 하겠나?(웃음) 내가 총학생회장이 대학과 학생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어서였다. 누가 뭐래도 내 학교고, 잘못된 점은 고쳐나가되 밖에 나가서는 집안 욕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학생이 대학을 신뢰하고 자부심 갖도록 하는 것 목표였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악조건 속에서도 실현 공약이 많은 걸 보면 팀웍이 좋았던 것 같다.
평생 잊지 못할 은인들이 있다. 바로 집행부원들이다. 정말 잘 따라줬다. 정말 고맙다. 나와 함께한 일 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악조건 속에서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다. 단과대 회장들, 학생복지위원장, 동아리연합회장과도 서로의 입장차이로 싸울 때 는 싸웠어도 학교 일을 위한 공적인 일에는 한마음으로 따라주는 성숙한 모습이 듬직했다.

-통폐합 어떻게 보는지.
천안 학생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죽전에서 천안으로 가기보다 천안에서 죽전으로 이전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본교가 그동안 쌓아온 역사와 전통의 가치를 너무 쉽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중복학과는 죽전으로 합치고 신설학과를 천안에 만들어서 발전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어떨는지.

-차기 총학에게 조언한다면.
주거와 통학 문제만큼은 꼭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의무급식이 불필요한 게 아닌지, 어떻게 해야 새로 지어질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좀 더 편해질지, 좌석버스 배차 수 등은 충분한지. 그러다보면 학생들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다시 일반 학생이다.
지난 3년간 학생회일에 매진하면서 나를 위해 해 놓은 게 거의 없다. 4학년 2학기를 끝냈지만 취업원서 한 장도 못 내보고 토익점수도 없다. 스펙이 거의 없다고 해야 맞는 말 같다. 이제 9학기를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해야 하지만 학교의 발전을 위해 힘쓴 지난 3년 후회는 없다.  처음 학생회를 시작할 때부터 이일이 나 뿐만 아닌 단국인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항상 곱씹었다. 아무튼 이제는 나를 돌볼 시간도 가져보고, 학교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다.

 

▲ 류정무 총학생회장이 18일 학교 앞 식당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류정무(환경자원경제·4) 천안 총학생회장

-단독후보라서 당선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 않았나?
아니다.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가 매번 단독후보가 나올 만큼 매력이 없는 자리는 아니다. 매년 경선이 될 요지는 충분히 있다. 다만 후보자들 간의 선거경쟁으로 지출되는 선거비용과 적지 않은 공탁금이 당선자나 후보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후보자 등록 전에 공약이나 포부에 대해서 입후보 경쟁자들이 서로 추분히 얘기를 한다. 절대 나오지 못 하게 압력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리고 사실 단독후보였기 때문에 조금만 잘 못해도 ‘단독후보라서 열심히 안 한다’소리를 들었다. 이런 소리 안 듣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스스로를 평가하여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65점을 주겠다. 노력이야 어찌됐든 학생들 입장에서 공약을 이루하지 못 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만약에 1년을 더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더 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었나?
총학생회는 사실 학생의 ‘대변인’이라기보다는 ‘중재자’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학생들 입장과 학교 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면 그 중간에서 곤란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학생들의 참여다. 학교에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을 요구했는데 ‘그걸 누가 원하는데?’라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분명 원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 했던 것들이 많다.

-업무에 관한 피드백은 바로 들어오는 편인가?
거의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등록금 인상이 확정되고 욕 정말 많이 먹었다.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동결에는 실패 했다. 당시 등록금 인상률에서 4분의 1을 장학금으로 편성할 것을 약속 받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단대신문에서 과잠바 기사가 나갔을 때,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들에게까지 전화가 쇄도해 힘들었다. 전화로 일일이 설명하느라 애먹었다.

-총학생회장하면 차 한 대 뽑는다는 공공연한 얘기가 있다.
나도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버스타고 등교하는 학생이다. 그럴 때면 주위 학생들로부터 왜 총학생회장이 버스타고 다니는지 의아해하는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 또 한편으로는 일부러 오바한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신경이 쓰인다. 지금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도 적잖이 눈치가 보인다. ‘총학생회장 하더니 샀는가보다’라는 소리 들을까봐 노심초사다. 실제로는 친형이 직장에서 받을 것을 빼앗은 거다.

-차기 총학생회장과 아는 사이인걸로 안다. 무엇을 조언했나?
특별히 조언한 것은 없다. 다만 “네가 총학생회장인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일부러 생색낼 필요도, 벼슬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만 모든 사람이 네가 학생회장인 것을 알게 만들어라”라고 조언했다. 공약에 대한 조언은 자칫 참견이 될 수 있어 일절 하지 않았다.

김상천·서준석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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