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관계, 입장 차이 좁히는 일부터
사제 관계, 입장 차이 좁히는 일부터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1.11.29 19:44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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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사제관계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짜기라도 한 듯 한결같았다.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이요.” “강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사제관계에 대한 로망이 있고, 인생에 멘토가 되어 줄 교수가 필요하다는 학생들. 그러나 정작 먼저 교수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렵게 여기고 있었다. 최해성(일본어·2) 군은 “교수님을 먼저 찾아가자니 어색하기도 하고 걱정이 앞선다”며 “교수님은 한 분이시지만 학생은 수백 명이다 보니 나를 기억하실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상규(일본어·2) 군은 “고등학교 때는 임의적으로라도 항상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제관계가 돈독해졌지만 대학은 그게 힘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만 관계를 형성했다. 이미 이루어진 학급 안에서 하루 종일 같이 생활을 하다 보니 학생과 교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주어지는 대학에 오면서는 스스로 관계를 개척해야 하다 보니 이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교수들은 “왜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연구실로 찾아오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타의적으로 정해진 삶 속에서 살던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관계 형성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취재를 하면서 본 교수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정말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연구실 책상 마다 빼곡하게 놓여있는 학생들의 리포트, 연구 자료는 교수에게 주어진 업무량을 가늠케 했다. 학교에서는 상담시스템 등 학생들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만큼 교수가 해야 할 업무량은 줄지 않았다. 개인적인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봤자 수박 겉핥기식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어진 업무량을 끝내기 위해 강의하고 바로 퇴근하는 교수들도 생겼다. 사제관계 형성에 관심도 없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많은 업무량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교수에게는 학생과 깊은 관계를 형성 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학생은 학생대로 다가가는 것이 서툰 환경에서 살아 왔고, 교수는 교수대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있지만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과 교수는 “교수들이 강의가 끝난 후 바로 퇴근하거나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이 순수한 사제관계를 바라던 과거와 다르게 학점에만 관심을 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단정 지은 결론에 갇혀 오해를 쌓아둔 것은 아닐까. 정말 인생의 멘토와 멘티를 찾고 싶다면 편견 없이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우선일 듯싶다. ‘사제동행’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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