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소설부문 심사평
제35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소설부문 심사평
  • 단대신문
  • 승인 2012.01.03 16:52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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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노력 부족한 요즘 소설들

소설부문 심사평

심사위원 : 박덕규(문예창작·소설가) 교수, 강상대(문예창작·평론가) 교수, 최수웅(문예창작·소설가) 교수

소통 노력 부족한 요즘 소설들


우리 소설의 경량화(輕量化)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시담론의 약화는 미시담론을 풍성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론 자체의 위기를 초래했다. 이는 결코 환영할 만한 변화가 아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가 예술 작품으로의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동감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작가 혼자 일방적으로 떠들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 명작처럼 보편적 의미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대와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추구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소설들에서 소통을 위한 노력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는 이번 투고 작품들도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품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거나, 자기 이야기를 객관화시켜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각자 이야기에 골몰했을 뿐, 정작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것이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불만이자 우려였다. 


예심 과정에서 소통 능력이 부족한 작품들이 우선적으로 제외하고, 본선에 남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보다 엄격한 논의를 진행했다. <데자뷰>는 상처의 공유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하지만 상처의 원인으로 가정폭력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발생이유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인 한계였다. 상처만 다독일 뿐 근원을 찾으려 하지 않으니, 이해 역시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파편의 시간>은 유사한 문제를 다루었지만, 폭력의 원인을 고찰하고, 그에 대한 인지과정도 세밀하게 다루어졌다. 다만 고찰의 폭이 매우 한정적이고, 과정 표현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두 작품의 결말은 공통적으로 작위적이다. 이는 구성력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원인은 작가의 사유가 넓고 깊게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밤의 피아니스트>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설정과 상상력이 주목되었다. 그러나 단지 아이디어 차원에 그쳤을 뿐 구성이 허술하고 작위적이라는 점에서 다소 한계가 확인되었다. 하나의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표현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되지 못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만들어지기 어려웠다.


<불꽃축제와 궁상맞은 우리들> 역시 같은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가벼운 몸짓으로 문제를 능란하게 피해가고 있다.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불꽃놀이가 주는 선명한 이미지와 대비시켜 부담을 줄였고, 대비되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설정과 대사를 통해 구체성을 부여했다.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그 모습이야말로 ‘궁상맞은 우리들’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동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상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당선작으로 <불꽃축제와 궁상맞은 우리들>을, 가작으로 <달밤의 피아니스트>를 선정했다. 본심에 오른 모든 작품이 나름의 장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보다 좋은 작품을 창작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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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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