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제35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 단대신문
  • 승인 2012.01.03 16:56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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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의 기원」

 

시부문 당선작

「북어의 기원」

박성규(문예창작·3) 군


그는 전생에 소문난 소리꾼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언어를 들으며 엽전 열댓냥을  던졌고 그것은
오래전부터 지켜온 마을의 풍습이었다 그의 혀는 홍길동 발보다 빨라서 사람들은 그가 입으로 걸어 다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마을 어귀에 은빛 두루마기가 들어서면 처녀들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갖은 교태를 부리기 일쑤였는데, 쩍 벌어진 입과 사이가 먼 눈을 가진 그를 좋아하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부(富)에는 문외하고 성(性)에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항상 소리가 끝나면 마음에 드는 처녀 하나 붙잡고 술잔을 잡는 일이 다반사였다 아침이 되면 소리처럼 그는 사라지고 처녀 머리맡엔 제사상처럼 엽전이 한 웅큼 놓여있었다 이야기라는 게 하면 할수록 불어나는 것이라서, 온 마을에 그는 벌써 소문난 소리꾼이 되어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전라남도 목포를 지날 때, 주막에 앉아 창(唱)을 하고 있는 그를 원님(員-)의 누이만이 끝까지 자리에 남아 듣고 있었다 그녀는 태생부터 귀머거리라 사람들의 벌어진 입을 관찰하는 것이 습관이 됐었다 걸어가면서까지 쉬지 않고 입을 벌리는 그는 그녀가 처음 느끼는 가르침이었다 그녀는 그를 동경하며 항상 입을 벌렸다 사실 지켜야 할 다리까지 벌렸다 이야기라는 게 하다보면 불어나기도 하는 것 이라서, 항상 붙어 다니는 그들은 소문난 난봉꾼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그들은 원님(員-) 앞에서 관계를 해명해야만 했다 한낱 세 치 혀와 말을 담지 못하는 혀의 관계는 둘만의 언어로 재탄생했으나 그는  포구에 끌려 나가 몇 시간이고 물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아무런 언어를 쏟아내지 못할 때까지 따귀를 맞다가 죽었다 소문이라는 게 알려질수록 두려운 것이라서, 언제부턴가 마을 사람들은 아가미가 튀어나온 명태를잡아 다물어지지 않을 때까지 두들겨 패고 마당에 빨래처럼 걸어 놨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전시된 죽음을 보며 명태가 아닌 다른 이름을 소리칠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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