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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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1.04 02:39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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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세대들이여, 우리 쓸 데 없이 화내지 말자

앵그리세대들이여
우리 쓸 데 없이 화내지 말자

2011년을 압축하는 단어로 ‘분노’가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FTA’, ‘안철수와 박원순’,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나꼼수’, ‘도가니’, ‘페이스북’. 주요 포털이나 리서치 기관에서 한해를 정리하며 발표한 ‘2011 키워드’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말들을 품고 돌아보면 대한민국이 지난해만큼 화를 많이 낸 적이 또 있었는가 생각이 든다. 개혁과 민주화의 함성이 가득했던 지구촌과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꼽은 것을 되돌아봤을 때도 분노라는 단어의 밀도는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우리네 분노의 중심에는 130만부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아픈’ 청춘들이 있었다. 순진하게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될 줄 알았던, 그래서 초중고 내내 빡빡하게 경쟁해서 겨우 대학 문턱을 넘었던, 그러나 또 다시 까마득한 취업문턱을 올려다보며 적잖은 충격을 받아야 했던 이른바 앵그리세대(angry generation)들이다.

꿈도 미래도 흐릿한 현실의 아픔은 사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이어졌다. 앵그리세대의 분노는 무차별적이고 무규칙적이며 종종 무조건적이다. 대통령, 대학, 정치, 학내 자치, 개념 없는 연예인, 동영상에 찍힌 일반인, 잘 모르지만 옆에서 싫어하는 것들, 이 모든 것들이 비난과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SNS에서 시작되는 선동성과 궁한 언론이 비벼져서 지난해는 그야말로 비난의 축제요 조롱의 풍년이었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지금 앵그리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 쓸데없이 화내지 말자. 분노는 역동적이고 힘 센 감정이다. 거대한 에너지다. 변화와 개선의 시발점이 되고 혁명의 근원이 된다. 지난해 내내 화를 냈으니 이제는 좀 차분해지자. 이제 이 거대한 에너지와 화끈한 민족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 덮어놓고 시작하는 비난이나 ‘ㅋㅋㅋ’ 만 남는 무의미한 패러디에 쓸 게 아니라, 불만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공부해서 확실한 자기 근거부터 획득하고 덤비자. 패러디와 나꼼수가 잠깐의 위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벌게져서 욕부터 던지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먼저 충분히 알고, 그러고 나서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는 수순이 맞다. ‘소통’을 애타게 외치며 거리로 나갔던 2030세대가 역으로 말이 안 통하는 상대가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속을 만큼 속았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개선의 출발점은 언제나 소통이다. 올해는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라고 한다. 집단과 집단, 세대와 세대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용 그림에 눈동자를 찍는 일이 될 것이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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