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 신지연
  • 승인 2012.01.09 14:22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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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연애』백영옥, 문학동네

보통.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국어사전에서 찾은 보통의 의미는 이러하다. 처음 이 책을 무심코 보았을 때 책 제목의 ‘보통’ 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았다. 특별하지도 뛰어나지도 않고 그저 그런 것. 보통이란 단어가 참 슬프게 느껴졌다. 이렇게 슬픈 느낌의 ‘보통’이라는 단어와 달콤한 느낌의 ‘연애’ 라는 단어가 만나 괴기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기 전 ‘아주 보통의 연애’란 영화 속에 나오는 로맨틱하고 달콤한 사랑이 아닌 현실 속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총 8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는 겉모습은 너무나 평범해서 이상할 것이 없지만 저마다 마음속에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있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각각의 사람들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 취향이라는 이름의 정제된 일상, 흡연처럼 고치지 못한 악습들, 다이어트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삼십대 도시인의 정체성까지”

“세상의 모든 연애가 지금, 동시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연애가 ‘둘이 함께’ 가 아닌 ‘따로 혼자서’ 이다. 삶에도 영화의 편집기술이 존재한다면 각기 다른 그 장면들도 결국엔 하나의 신으로 완벽히 붙여지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주 보통의 연애』 중, p.6, p.32)

한 남자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 ‘한아’의 사랑방식은 이러하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라 각자 따로 하는 사랑도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름이 ‘한아’인지 ‘하나’인지도 모르는 직장 동료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사랑하는 그 남자의 영수증을 모두 모아 그 남자의 행적들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가 봤던 영화의 영수증을 찾아 다음 날 같은 영화를 보고, 그가 갔던 음식점에 가서 그가 먹었던 음식을 먹고……. 짝사랑하는 남자의 행동들을 똑같이 따라하며 그녀는 그와 함께하진 않지만 따로따로 ‘연애’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절대 보통이 될 수 없는 그녀의 연애가 ‘아주 보통의 연애’라는 책 제목과 대비되며 더욱 슬퍼 보인다.

이 책에는 영수증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외에도 유방암에 걸린 아버지의 이야기, 청첩장 디자이너의 살인 이야기, 주인공의 애인을 사랑한 고양이 이야기,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 남자의 이야기 등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숨겨진 비밀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가벼운 멜로를 기대하며 집어 들었던 책에서 가볍지 않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마음 한 편을 짠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이 마치 겉으로는 멀쩡한,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우리네 삶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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