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이 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지만
12월 32일이 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지만
  • 신현경(영어영문·2)
  • 승인 2012.01.09 14:50
  • 호수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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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시간은 12시간이나 지났고 신문은 이미 인쇄소로 들어가고 있는 이 순간, 가장 후회되는 일은 청탁 원고를 미리 써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 같은 백지를 내려다보며 나는 이 순간 진심으로 12월 32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치만 언제나처럼 스릴 넘치는 이 마감만 어떻게든 넘긴다면 12월 32일 따위는 나에게 2월 29일과 다를 게 없다. 딱히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다시 한 번 머리를 쥐어뜯어봤다. 나는 내가 한 거의 모든 선택에 후회를 하는 사람이지만 딱히 32일이 있다고 해서 뭔가를 다시 열심히 해볼 인간은 아니다. 엄마, 대체 뭐라고 쓰지? 엄마는 내 인생의 두 배는 살았잖아. 후회도 두 배는 할 거 아냐. 어머니 무심하게 하나 던지신다. 젊었을 때 괜찮은 남자가 그렇게 많았는데 별 볼일 없다고 무시한거. 뚜둥. 지금 나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 엄마. 연말이 되니 다들 싱숭생숭한가보다. 네이버 메인을 켜놓고 서성이고 있자니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있는 글 하나가 눈에 띈다. 내용은 이러하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묻는다. “학창 시절에 가장 후회되는 것은?” 지원자 왈, “여성 관계입니다” 이에 면접관이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원자 잠시 후 다시 대답.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 밑에 문구는 ‘면접관도 울고 나도 울었다…’

사람들 후회하는 건 다들 비슷하다. 특히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공포감에 젊음을 있는 대로 누리지 못한 것을 많이 후회들 하는 것 같다. 엄마가 요즘 이상한 제목의 연애 처세서를 사서 들이미는 것도, 아무나 너 좋다는 남자 좀 만나라는 새로운 유형의 잔소리를 개발해 낸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아빠가 결혼할 남자 계산해가며 (나 이제 스물 두 살인데) 연애를 하라는 것도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 엄마가 계속 옆에서 잔소리다. 그때 나 좋다는 놈들 다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봐, 다들 나보다 훨씬 잘살고 있잖아? 20대의 그 어린 나이의 시각으로 보면 안 돼! 가능성을 봐야지 가능성을! 외모만 보고 판단하고, 그런 게 진짜 위험하단 소리야!… 엄마 내가 언제 외모로 판단했다고 그래. 그런 애들이 많으니까 하는 소리야! 누가 그랬는데?… 있어! 많아! (이래서 동창회를 내보내면 안 된다)

실은 사람들은 이런 게 아니어도 어떤 후회든지 만들어 내고야만다. 인간은 지나간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과 어쩔 수 없는 일을 꼭 굳이 끄집어내서 걱정하고 후회하는 동물이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자. 젊음을 낭비하지 말자. 주위에 괜찮은 놈 있으면 만나도 보자. 어제 저녁에 강심장에서 이정진이 자기 연습생 때 얘기를 하는데 자기랑 친구 두 명을 보고 미스코리아 모양이 ‘내가 이런 것들하고 연습을 해야 해?’ 했는데 그 ‘이런 것들’이 한채영이랑 원빈이었다고, 사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사이좋게 잘 지내자. 이상 새해의 교훈, 오는 남자 막지 마라. 

신현경(영어영문·2)
신현경(영어영문·2)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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