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칼 라거펠트 사진전 'Work in Progress' - 렌즈를 통해 패션과 세상을 보다
<전시회> 칼 라거펠트 사진전 'Work in Progress' - 렌즈를 통해 패션과 세상을 보다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3.06 16:38
  • 호수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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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46

문화人 문화in 46 - 칼 라거펠트 사진전 ‘Work in Progress'
렌즈를 통해 패션과 세상을 보다

▲ 오노 요코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The Story of My Long Life'와 음영반전 효과로 옷의 디테일을 강조한 'Heidi Mount'(우)

1987년.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사진이 맘에 들지 않아 직접 카메라를 잡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인생에서 사진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이야기다. 서울 대림미술관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18일까지 칼 라거펠트의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인물, 풍경, 추상, 건축에 이르기까지 약 400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경복궁역 3번 출구를 나와 쭉 걷다 보면 대림미술관이 금방 눈에 띈다. 미술관 안은 평일임에도 사람이 많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라거펠트의 뮤즈로 유명한 브래드 크루닉의 사진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모델의 다채로운 이미지를 담아낸 사진들은 살짝 빛이 바랜 듯한 포근한 색을 연출했다. 사진을 캔버스 뒷면에 인화했기 때문이다. 라거펠트의 발상의 전환이 색다른 색을 선사했다.

맞은편에는 전시회 2주 전에 촬영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존 레논의 아내 오노 요코의 사진이 걸려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노 요코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아이패드로 촬영한 후 스틸 컷으로 인화했다고 한다. 동영상을 보는 것 같은 재밌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반면 화질은 좀 떨어졌다.

2층에서는 샤넬과 펜디의 시즌 캠페인 등 상업적인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코코마통을 사용한 작품들이 기억에 남았다. ‘코코마통’은 즉석사진기라는 뜻의 불어 ‘포토마통’에 샤넬의 ‘코코’를 덧붙인 이름으로 라거펠트가 외관을 디자인했다. 코코마통은 즉석사진기와 달리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 설치된 코코마통에서 흑백영화의 한 조각과 같은 포트레이트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3층에 들어서면 라거펠트의 또 한 명의 뮤즈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의 사진이 보인다. 오노 요코의 사진처럼 밥티스트가 ‘폭력’이라는 주제로 퍼포밍을 하고 라거펠트가 영상과 스틸 컷으로 제작했다. 라거펠트는 피사체의 본질을 더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흑백사진을 선호한다. 이 작품 역시 흑백 사진으로 ‘미’와 ‘폭력’ 그리고 ‘평화’라는 개념을 잘 표현했다.

이 사진전에서는 1층부터 4층까지 전시실마다 확연히 다른 촬영과 프린팅 기법을 소개하고 있어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의 삶과 작품 탄생 비화까지 알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더욱 풍성하게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변화와 도전을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칼 라거펠트의 전시를 놓치지 말자.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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