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① 우산을 씌우자
알성달성 ① 우산을 씌우자
  • 서 민(기생충학)교수
  • 승인 2012.03.06 20:03
  • 호수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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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생어의 '피임운동'


 알성달성은 대학생이 꼭 알아야 할 성지식을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우리 대학 서 민(기생충학과)교수와 '푸른 아우성' 허윤숙 상담실장이 격주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마가렛 생어는 여섯 번째 아이이자 네 번째 딸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많이 낳았구나”라며 놀랄 테지만, 생어의 부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 다섯을 더 낳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여덟 번의 유산을 더하면, 생어의 부모는 총 19번의 임신을 했다. 사정이 이러니 그의 어머니가 49세에 저 세상으로 간 건 당연해 보이는데, 이건 불과 50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느낀 게 많았던 생어는 결국 피임 운동을 시작하는데, 그가 남긴 말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될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어떤 여성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생어의 노력 덕분에 1960년 최초의 경구 피임제가 등장했고, 8년 뒤 미국 법원은 피임금지 법안을 폐기했다. 게다가 콘돔의 등장으로 피임은 훨씬 더 쉬워졌다. 여성들은 드디어 임신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에선 해마다 35만 건의 낙태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50년 전 피임운동을 벌인 마가렛 생어가 개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기혼여성이 20만, 미혼여성이 15만 정도로 추산되는데, 기혼과 미혼 모두 ‘성관계시 성감이 떨어진다’며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거부하기 때문에 낙태가 이루어진다. 물론 여성이 피임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피임약은 한 달에 21일을 복용해야 효과가 있고, 호르몬 체제를 교란시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편의성 면에서 콘돔에 비할 바는 아니다. 또한 낙태가 애를 낳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여성에게 안긴다는 걸 고려해 보면, 조금 더 느끼고자 콘돔을 거부하는 남성들의 이기심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결혼도 안한 여성을 산부인과에 가게 하는 건, 찰나의 쾌락의 대가로는 지나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콘돔 사용률은 20-30%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10대 청소년들의 콘돔 사용률이 65%인 걸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남자친구가 콘돔 사용을 거부해요.” 네이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소연이다. 미혼여성이 임신을 했다면 범인이 누구냐를 묻기보단 “몸 간수를 어떻게 했느냐”며 여성을 비난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리도 배려가 없을 수가 있을까? 앉을 때 의자를 빼주고, 차문을 열어주는 것만이 배려는 아니다. 모든 면에서 배려심이 넘치는 것처럼 행동한다 할지라도 관계 시 콘돔 사용을 거부하는 남자라면 결혼 후에도 자기 잇속만 챙기느라 여자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남자들이여, 콘돔 사용이 정말로 성감을 떨어뜨린다면, 돈을 들여 두께가 0.02 mm 이하인 초박막 콘돔을 사시라. 착용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를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그것마저 거부하는 남자라면, 여자들이여, 당장 헤어지시라. 그는 당신을 진짜로 아끼는 남자가 아니니까.

서 민(기생충학)교수

서 민(기생충학)교수
서 민(기생충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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