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55. 웹툰,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반대 합니다
대중문화 55. 웹툰,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반대 합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2.03.13 17:12
  • 호수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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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휠을 굴리며 외친다. “NO CUT!”

 

 “신데렐라처럼 자정만 되면 자연스럽게 네이버 웹툰으로 가는 마우스를 멈출 수가 없어요.”
한 웹툰 중독자의 애처로운 고민이다. 비단 이 한 사람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만화책보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 웹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웹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캐릭터 상품과, 웹툰에 맞는 OST까지 등장하면서 지금의 웹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웹툰의 맨 아래에는 이 같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NO CUT.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에 반대 합니다.”

 24개의 웹툰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방심위는 폭력성을 이유로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웹툰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면 웹툰이 19세물이 된다는 건가?”라는 말로 끝나는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잠시 1997년으로 거슬러 가보자. 1997년 ‘청소년보호법’의 시행으로 인해 만화계의 근간이 흔들렸다. 정부는 당시 학교 폭력 사태의 주범으로 만화를 지목하며, 소매상과 만화방, 도서대여점 등을 무차별적으로 압수하기 시작했다. 또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유해만화목록을 발표했는데 그 수만 무려 1700여 종, 510만 권이었다. 성인만화 독자층을 이루던 <미스터 블루>, <빅점프> 등이 발행을 중단하면서 다양한 색을 갖춘 만화들이 한꺼번에 몰락했다. 바로 이 과거가 만화계에서 웹툰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을 반대하는 이유다. 과거에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었고 ‘만화의 몰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봤기 때문이다.

 만화계에서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이는 방심위에서 선정한 23개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더 파이브’는 이번에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된 작품이다. 그런데 이 만화가 갖고 있는 타이틀을 살펴보자.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장관상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낙인찍어버리려 한다. 

 또한 폭력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웹툰 작가와 인터넷포털에서 일부 웹툰에 대해 성인 인증절차를 거쳐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다. 뿐만 아니라 범죄충동을 유발한다고 판단되었을 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는데 현재 지정된 작품 중 ‘폭력성’을 의도하고 있는 작품은 없다는 게 만화계 입장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세일러문’ ‘천사소녀네티’를 보며 만화가 발달 된 일본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만화 콘텐츠 시장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날아오르려 하는 만화의 날개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해 꺾어버린다면 일본과 같은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J코믹스(comics)’가 아니라 'K코믹스(comics)'가 자리 잡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말한다. “오늘도 내 마우스 휠은 더 구르길 원한다. NO CUT!”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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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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