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취업해야 평가 받는 예술계
주간기자석 - 취업해야 평가 받는 예술계
  • 고우리 기자
  • 승인 2012.03.13 17:55
  • 호수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표만능주의’들이 만들어낸 ‘졸작’

취업해야 평가 받는 예술계
‘지표만능주의’들이 만들어낸 ‘졸작’

교과부에서 예체능계열의 경우 이를 증명할 실적만 있으면 취업으로 인정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2012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체능계의 반발이 거세다. 예체능계의 입장을 알기 위해 기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들 제도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지적하며,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예술계는 기본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분야다. 대표적으로 회화, 도예, 공연예술, 무용은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예술인의 인생을 사는 경우가 태반이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 남들보다 뛰어난 스펙을 얻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자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취업이 목적이었다면 예체능계열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의 예체능계열 학생들은 꿈을 쫓아왔다. 때문에 취업률이라는 수치를 들이대며 예체능계를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부졸업생이란 타이틀로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등록된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다고 치자. 광역·기초자치단체장에 신고된 출판사와 계약해 소설을 펴냈다고 하자. 과연 그 소설이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감동을 주며, 그 공연을 통해 자기자신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학부졸업생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예술은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뤄내지도 완성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번 정책이 예체능계에 경종을 울릴 수는 있다. 예술도 수익을 내야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할 시기가 왔다. 사회가 요구하는 형식적인 스펙을 키우라는 말이 아니다.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해 여름방학이 되면 토익공부를 하러 다니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자신의 직무분야에 능력을 갖추고 학생 스스로 경제적, 현실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취업통계조사 제도가 문제라고 하지만 어차피 그러한 제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바뀐 제도로 대학이 평가받고 그에 맞는 보상도 따라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당사자의 노력과 실력이다. 그 다음이 대학 당국과 교수의 의지다.
학생들은 예체능계의 현실에 심각성과 위기감을 느끼고 대학과 교수는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당장 1~2년 사이에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취업률 상승만을 위한 변화도 바라지 않는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변화해야 한다.


 고우리 기자 dnfl2930@dankook.ac.kr

고우리 기자
고우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nfl2930@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