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유수 디자인상 휩쓴 정훈동(시각디자인)교수
■ 세계 유수 디자인상 휩쓴 정훈동(시각디자인)교수
  • 고우리 기자
  • 승인 2012.03.20 13:33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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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의 소속감과 소외감 느껴라

 ■  세계 유수 디자인상 휩쓴 정훈동(시각디자인)교수

디자이너로서의 소속감과 소외감 느껴라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을 휩쓴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일까.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와 깐깐한 말투를 가진, 우리와 태생부터 다른 사람일까. 아니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의 사람일까. 우리 대학 정훈동 교수 얘기다.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서 정 교수의 ‘C endangers O2’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 교수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레드닷 디자인상 2회와 IF 디자인상 2회를 수상했으며 그래피스 애뉴얼 금상 2회, IDA 디자인상 금상, Rzeszow 컴퓨터아트 비엔날레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외에도 바르샤바 비엔날레, 도야마 트리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공모전에 40여 회 선정됐고, 독일 뮌헨 디자인박물관, 스위스 취리히 디자인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디자이너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찾아간 정 교수에게 디자이너로서의 인생과 그간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C endangers O2’.

▲바르샤바 비엔날레 등에서 수상한 ‘Ideological Unity’.

▲레드닷 등의 광고제에서 수상한 ‘The Deadly Sword’.

▲‘C endangers O2’ 작품이 ‘iF 디자인 어워드 2012’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 소감이 어떤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3D 타입을 소재로 한 작품이 수상작이 돼서 더 의미가 있다. 수상의 기쁨은 언제나 한결 같지만 처음 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 대해 설명한다면?
iF 디자인 어워드는 1950년대부터 개최됐고 독일 하노버 국제포럼 디자인이 주관한다. 이번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는 총 48개국 4,322개 작품이 출품돼 3개월 간의 심사가 이뤄졌다. 전문가 부문은 제품, 커뮤니케이션, 소재·가공, 포장 디자인의 부문으로 구성되며, 심사는 2회에 걸쳐 진행된다. 학생 부문에는 iF 컨셉트 디자인 어워드가 있다. 수상작들은 수상 인증마크를 획득하며 연감 게재, 국제 순회전시, 온라인 전시 등을 통하여 전 세계에 홍보가 된다.

▲수상한 ‘C endangers O2’ 작품은 어떻게 만들었나?
이 작품은 탄소가 산소를 위협한다는 의미로 환경문제의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에 주안을 뒀다. 디자인 컨셉과 컴퓨터 그래픽을 절충했다. 또한 3D 타입의 공간성으로 대기 온난화의 위험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디자인 연감 ‘그래피스 애뉴얼’에서도 금상을 수상했다.

▲다른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Ideological Unity(이념적 화합)’는 실험적 관점에서 기호서체를 3D 형상화한 작품이다.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면서 외국에서 다각적으로 시도한 실험적 양상의 3D 타이포그래피도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그 시기에 디자인한 결과물이며 바르샤바 비엔날레, Zgraf 등에 선정되었다. 현재 프랑스 파리 광고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The Deadly Sword(데들리 소드)’는 은유와 상징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한 작품이다. 이 시기부터 단순명료한 컨셉 전달에 주안을 둔 작업도 고루 전개하게 되었다. GDA(전, 독일연방공화국 디자인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그래피스 애뉴얼 등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디자인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
중학교 때 부모님의 권유로 미술학원에 다니게 됐다. 그 당시에는 디자인보다 순수예술 분야에 관심이 더 많았다. 미술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 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나는 서양화보다는 디자인이 맞겠구나’하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일반학생들이 생각하기에 디자인은 다소 어려운 분야다. 디자인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이미 친하지 않을까? 우리는 디자인된 침대에서 일어나 디자인된 세면대에서 씻고 디자인된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1년 365일, 디자인된 환경에서 디자인된 제품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 다만 취미와 전공의 차이다. 디자인과 친해지려면 취미가 정답일 수 있다. 전시회를 다니면서 디자인과 친구처럼 다정다감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 전공이 되는 순간부터 달라진다. 즐거움만 있지는 않겠지만 보다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힘든 점은?
디자인 작업은 클라이언트와의 작업과 자기주도적인 작업으로 나뉜다. 클라이언트를 통한 작업에서 가장 힘든 것은 서로의 시각차이다. 가장 좋은 것을 제시해도 클라이언트에게는 최고가 아닐 때, 다음 단계로 진행이 어렵다. 그때는 사람 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부분이다. 자기주도적인 작업에서는 내가 클라이언트고 디자이너이며 경우에 따라 작가가 된다. 이런 경우 창조적 활동 그 자체가 가장 힘들다. 제약받는 환경에서 자유분방한 환경으로 바뀌더라도 그에 걸맞게 창조적 사고가 확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감을 얻은 디자인 작품은? 또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가?
외조부께서는 철학을 전공하셨고 어머니는 현직 예술가시다. 인문학이나 예술 쪽에 계신 분들의 영향 때문인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때부터 예술을 보고 듣고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때문에 특정인이나 특정작품이 결정적으로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아마도 무의식 속 경험들의 총합이 지금의 나 혹은 나의 환경을 구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어머니께서 작품의 실험성이 강한 분이셨다.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영향 받은 것 같다.

▲작품 활동 중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나?
창조적인 뭔가를 도출함에 있어서 정도나 법도,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식을 치르듯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할 때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어떻게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떠오르는 것은 찰나이고 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그걸 잡고 결실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고민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대학 시각디자인과에 대해 자랑하자면?
우리 대학 시각디자인과는 지난 십수년 간 ‘Ding’이라는 디자인 운동을 통해 세미나, 워크샵, 전시회 등을 다방면으로 전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공 관련 세부 동아리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모전 수상, 취업 확대 등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후배간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토양을 만드는데 여러 교수님들의 노고가 크셨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동아리 활동이 강의 내에서 접목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디자인을 함에 있어 소속감과 소외감을 고루 느끼길 바란다. 디자인은 말 그대로 객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며 실용적 결과를 제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 경우에 따라서는 세상에 논란이 될 만한 화두를 제시하는 실험적 정신 또한 필요하다. 보편타당함만을 추구한다면 계승만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꿈을 꾸면 반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목표를 거론하기 전에 꿈부터 꾸고 싶다. 그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막연하게 꿈을 논하기 전에 ‘결실이 꿈이고 꿈이 결실이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글 : 고우리 기자 dnfl2930@dankook.ac.kr
사진 : 윤한웅 수습사진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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