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3. <휴고>와 <시네마천국>
막상막하 3. <휴고>와 <시네마천국>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3.20 21:58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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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때 묻은 옛 것을 열심히 고치며 살아가는 이유

사람들의 꿈은 추억 속에서 이뤄진다. 현실의 삶은 가혹하면서도 시시하고 꿈은 대체로 굴절된다. 그래서 누구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 결국 완벽한 것은 추억뿐이다.

아차 방심하면 불이 붙고 마는 고물 영사기를 닦는 토토와, 부품이 빠져나간 아버지의 인형을 고치는 휴고를 응원하게 되는 건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인 지도 모른다. 우리가 손때 묻은 옛 것을 열심히 고치며 살아가는 이유와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HUGO, 2011)>와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 1988)>이 보여주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향수(鄕愁), 영화에 대한 오마주, 남자와 소년의 우정, 아이들의 씩씩한 달리기. 두 영화는 닮았다. 휴고는 서로가 전부이던 아버지를 잃고 난 뒤 삼촌을 따라 파리 기차역의 시계탑 안에서 살게 된다. 곧 그나마 있던 삼촌 역시 떠나버린다.

매일 시계탑을 조이고 기름 치며, 아버지가 남긴 인형을 고치기 위해 장난감 가게에서 부품을 훔치는 고아소년 휴고. 고장난 현실을 고치려는 듯 하루 종일 무언가를 고치며 살아가는 휴고는 좁은 영사실 속 알프레도의 고독을 쓰다듬던 토토를 떠올리게 만든다. 쫓겨나기 십상이던 토토와 휴고는 금새 각자 영사실에서, 장난감 가게에서 알프레도와 멜리에스의 벗이 된다. 아이들은 고장난 어른들을 고친다. 서로가 서로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사이로 깊어진다.

시네마천국을 추억하는 일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다. 시네마천국의 추억은 청각이 가장 잘 기억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 음악은 시네마천국을 청각의 환희로 만들었다. 반면 마틴 스콜세지와 제임스 카메론의 휴고는 시각의 축제다. 아름다운 장면을 담기 위한 노력이 영화 속에 집중돼있다.

1931년의 파리 기차역의 생생함과 도서관에서 휴고와 이자벨 사이로 빛이 떨어지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면 입이 벌어진다. 아버지의 로봇 인형도 특수효과가 아닌 실제 제작 모형이다. 일찍부터 영상미를 필생의 업으로 삼던 스콜세지와 3D 영화 역사에 굵은 획으로 남을 제임스 카메론이 손잡았으니 아카데미 촬영상이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니 더 떠들어봐야 잉크만 낭비하는 꼴이 되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에서 휴고는 많은 상영관에 걸리지 못했다. 국내 배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개봉일이던 지난달 29일, 볼 수 있는 극장이 몇 군데 없었다. 아카데미 어쩌고 입소문이 나면서 부랴부랴 늘리긴 했지만, 다른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대접이 초라했다. 시네마천국도 당시 배급사에서 무려 한 시간가량을 뭉텅 삭제했었다. 그래서 1993년 173분의 ‘감독판(director’s cut)’으로 재개봉 했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영화들을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도와주지 않는 게 안타깝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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