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성달성 ③영국생각
알성달성 ③영국생각
  • 서 민(기생충학)교수
  • 승인 2012.03.21 01:04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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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영국만 생각했던 여인
“찰스가 옛날보다 내 침소를 덜 찾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이제는 일주에 두 번 뿐이다. 문밖에서 그의 발소리가 나면 나는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리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영국을 생각한다.”
섹스가 전혀 즐겁지 않은 한 여성의 수기다. 1912년에 쓰인 이 글이 파문을 일으킨 건 남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기 때문이리라. 남자들은 ‘의무방어전’이니 뭐니 하면서 오로지 여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섹스를 한다고 믿어 왔는데, 그 반대라니 얼마나 무안할까? 이게 꼭 20세기 초 영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 워킹맘 연구소라는 곳에서 성 실태조사를 했는데, 월 1회 이하로 관계를 가지는 부부가 무려 36%였다. 특히 여성들의 거부가 압도적이었는데, 이들은 ‘자는 척한다(53%)’ ‘일하는 척한다(34%)’ ‘배우자가 잠들 때까지 기다린다(11%)’ 등의 방법으로 관계를 회피한단다.
설레고 즐거워야 할 성관계가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남녀 모두에게 문제가 있겠지만, 성에 대해 주도권을 쥔 남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첫째, 남자들은 대개 자기 좋을 때만 자자고 한다. 둘 다 원할 때 해야 하는데 남자는 자기 기분이 동하면 여자가 피곤한지 기분이 안 좋은지에 무관하게 하자고 들이댄다. <연애의 목적>에 나오는 박해일이 대표적인 예. 거기서 박해일은 수학여행지 숙소에서 강혜정을 범하는데, 강혜정은 시종일관 “이러지 말아요”라며 거부의 의사를 표하지만, 박해일은 “딱 5초만 넣고 있을게요”라며 진도 나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후 둘이 좋아하게 됐다 하더라도 그들의 첫 관계가 강간에 준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여자의 “No”가 긍정이라고 착각하는 남자들이 많던데, 여자의 의사를 존중해 주면 좋겠다.
둘째, 관계를 맺을 때 말을 안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사람마다 성감대가 다르기 마련인지라 몸의 어디를 애무하면 좋은지 물어 보면서 하면 좋으련만, 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혼자서 끝내 버린다. 그러고 나서 꼭 “좋았어?”라고 물으니, 여자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정 그렇게 여자의 반응이 걱정된다면 공부를 열심히 할 일이다. <음란서생>이란 영화에 나오는 고난도 체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결같은 체위보다는 보다 다양한 기술을 연마해 여자를 즐겁게 해줄 필요가 있다. 여자들이 느끼지 않아도 소리를 내는 건 남자를 격려하기 위함이며, 남자가 잘 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두자.
셋째, 위생에 신경을 쓰자. 둘의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나면 남자들은 좀 나태해지게 되는데, 이것도 여자의 성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면도도 안하고 입냄새가 나며 담배냄새까지 풍기는 남자와 자는 게 뭐가 좋겠는가? 이런 점들을 잘 헤아려 관계를 맺는다면 영국 생각을 할 여자는 없으리라 믿는다. 좋은 애인이 되는 길, 결코 어렵지 않다. 
 서 민(기생충학)교수
서 민(기생충학)교수
서 민(기생충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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