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이유
MBC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이유
  • 김계춘 (공인노무사)
  • 승인 2012.03.21 14:10
  • 호수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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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공인노무사)

MBC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이유

‘MBC노조’하면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떠오른다. 그것도 상당히 성깔 사나워서 뭐라 한마디 하기도 겁이 난다. 이렇듯 강성 MBC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50여일이 되면서 KBS와 YTN이 합세하여 최초 방송3사 연대파업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연합뉴스도 파업에 나서면서 대규모 언론 파업이 총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파업의 이유는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출, 해고자 복직’이라고 한다. 그간 각종 사건 보도에 관한 방송사의 행태나 정권의 개입 등을 보자면 노조의 주장이 당연하면서도 개운치 못한 여운이 남는 건 무슨 이유일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선망되는 방송기자들이 자신들의 실명을 걸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보도국 기자들은 집단사직까지 결의하였기에 그 순수성을 의심하려는 건 아니다. 문제는 파업이라는 현상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권력의 충돌’이 본질이라는 점이다.


먼저 MBC의 과거 노사갈등의 뿌리를 더듬어 보기로 하자. 지면상 세부적인 사항은 제외하고 가장 큰 변곡점이 된 장기 파업만 살펴보기로 한다. 1992년 52일 파업에서는 <PD수첩>불방사태와 노조 간부 해고, 최창봉 사장 유임 외압설로 파업에 돌입, 파업 한 달 만에 공권력 투입, 정치권 중재로 해고자 복직과 공영방송운영규정 개정 합의로 종결되었으나, 노조집행부 7명 구속과 12명 징계, 사측도 최창봉사장이 93년 2월에 사퇴하면서 종료되었다. 다음으로 1996년 24일 파업은 정권 홍보방송 논란 속 강성구 사장 연임에 윗선 개입 의혹으로 파업 돌입, 막후 협상에서 노사 동반퇴진 조건으로 파업 철회, 결국 노조위원장이 해고되고 사장도 96년 6월 사퇴하였다. 2010년 39일 파업은 엄기영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후 김재철 사장이 임명되면서 노사합의로 교체한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한 것에 반발하였고 이후 ‘큰집 조인트’발언 관련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 여부를 둘러싸고 사장에 대한 불신으로 파업에 돌입하였으나 사측이 노조간부 13명 고발,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조 비대위가 구성되고 파업 중단 결의,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39일 만에 자진 복귀 결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MBC노조의 2012년 50여일 진행되는 파업도 2010년 파업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나름대로 노사관계가 무엇인지 화두로 삼아 그 해법을 고민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MBC 파업 장기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으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자칫 노조 비판으로 오해될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노동조합이 초심을 잃고 갈수록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집단에게는 양심이 없다.’고 키에르케고르가 언급하였지만, 노조권력이 막강해지면서 노조가 모든 걸 다 결정하려는 독선이 엿보인다. 물론 ‘기자’라 불리는 순간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신념과 자존심을 무시하는 윗선의 지시나 정권의 개입에 맞서야 하지만 그 방법이 반드시 장기파업만은 아니라고 본다. 둘째, 보도는 의혹이나 소문이 아닌 ‘팩트(Fact, 사실)’를 확인하고 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시대가 ‘팩트’ 자체가 불투명한 ‘포스트-팩트’시대이다. 나꼼수처럼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누구인지 여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후 맥락이 생략된 채로 경향성을 가진 메신저가 정보를 선택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팩트의 당파성 논란으로, 과연 노조는 어느 정권이 집권하든 이를 비껴갈 수 있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셋째, 방송사의 노사갈등이 사장 한사람이 물러나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것이지만 과연 공룡화 되고 있는 노조권력을 누가 견제할 수 있는가이다. 과거 수년 동안의 투쟁으로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권력을 구축하였고, 주요 보직에 노조 동의나 추천, 심지어 노사합의까지 하는 실정이다. 거기에 노조 출신 사장을 배출 할 정도로 그 권력이 막강하고 수개월의 장기파업이 가능할 정도로 단결력이 우수하다. 그러나 모든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노조는 이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개인 의견이지만 MBC노조는 예전의 약자가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강자의 위치에 와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총선정국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게임에서 선택은 국민들의 몫이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MBC 파업도 마찬가지이다. 코끼리는 자기코를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에게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고 싶다. 

김계춘 (공인노무사)
김계춘 (공인노무사)

 gyechoon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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