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작전! 임이랑 지우기>
연극 <작전! 임이랑 지우기>
  • 서동주
  • 승인 2012.03.23 17:07
  • 호수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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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없애러 과거로 가볼까?

누구나 겪는 사춘기 시절. 온 세상은 부정적으로 보이고 나 자신은 이 세상에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느껴진다. 사춘기 때는 우울함과 고독, 또 언젠가부터 뜸해진 대화로 인해 느껴지는 타인과의 괴리감. 특히 부모 자식 간의 거리감이 생기기 쉽다. 이런 상황들을 바꾸고 싶고, 부모님께서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바라봐주길 원하는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부모님 손을 잡고 이 연극을 보러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임이랑 지우기’라는 제목은 임이랑이라는 무언가를 없앤다는 간략한 사실만을 연상시킬 뿐, 어떤 내용의 연극일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자살이 불가능한 미래시대의 주인공 ‘임이랑’이 자신이란 존재가 애초에 태어날 수 없도록 과거로 돌아가 결혼 전 부모님 관계를 망쳐버린다는 내용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여주인공. 허무맹랑하고 이미 진부해져 버린 이런 소재로 어떤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언뜻 가벼워 보이는 내용 때문에 관객들은 공연장에 들어서며 사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자 또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 주제는 우리 주변 상황을 되돌아보게 하는데 충분했다. 오히려 요즘 시대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아빠의 무관심으로 인해 지쳐버린 주인공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단절된 현 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극 후반에 주인공이 과거 연애시절의 부모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과 과거의 부모님이 주인공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닫힌 이 시대 아들·딸들의 마음을 만지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 연극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연인 사이의 갈등도 함께 다룬다.  연인들이 함께 보기에도 좋다. 연극에서는 주인공 부모님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연극 속 등장인물의 연애담에 몰입하고 공감하면서 연인들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연인들이라면 겪었을 법한 현실성 있는 갈등 요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이 갈등을 바라볼 기회를 갖고 배우들이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것 또한 좋을 것이다.


부모님과의 갈등과 연인간의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의 해소. 이런 내용들은 매우 진부할 만큼 무척이나 필요하고 우리와 밀접한, 동감하기 쉬운 소재들로서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에 좋다. 그러나 이런 갈등의 소재들은 자칫하면 극을 지루하거나 어둡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 갈등을 너무 무겁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중간에 코믹한 부분들을 적절히 섞어 넣어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에 맞게 극을 완성시켰다. 관객이 연극을 통해 감동받고 마음이 움직이는 와중 웃음 또한 함께 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부모님과 아이들 그리고 연인, 친구 사이에 서로의 소중함을 웃음과 감동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고 싶다면 지금 대학로로 달려 가길.

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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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dj06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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