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승부조작 … 스포츠정신은 어디에
연이은 승부조작 … 스포츠정신은 어디에
  • 고우리·서동주 기자
  • 승인 2012.03.27 13:08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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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 소문에 오르내렸던 최성국 선수는 한사코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워크숍에서도 당당하게 ‘결백하다’고 큰 소리쳤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결국 승부조작 혐의가 밝혀졌고,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제명당해 K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의 축구 리그 어디에서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올해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으로 프로스포츠계가 어수선하다. 특히 700만 관중을 목표로 야심 차게 올 시즌을 맞으려던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파문 확산 여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경기 룰 등 복잡한 변수 때문에 승부조작이 힘들다고 여겨져 왔던 프로야구에서 조차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프로야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지방 검찰이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껏 배구와 야구 총 23경기(배구 18경기, 야구 5경기)에 선수 18명 (프로배구 선수 16명, 프로야구 투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그 대가로 경기당 150~500만원을 받았다. 남자 배구는 2010년부터 두 시즌 동안 17경기에 14명이, 여자배구는 지난 시즌 1경기에 2명, 야구는 지난 시즌 5경기에 2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구단은 남자배구 KEPCO, 삼성화재,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상무와 여자배구 흥국생명을 비롯해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 등이다. 배구의 경우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리시브나 토스를 불안정하게 올리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스파이크를 하는 등 실수를 한 것처럼 행동했다. 야구의 경우는 첫 회에 볼넷을 던짐으로써 몸이 덜 풀린 것처럼 행동했다.


정부는 연이어 드러나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근절에 직접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선 4월 중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 ‘통합 콜 센터’ 를 설치해 프로단체에서 운영하는 ‘공정센터’와 연계해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대한 신고를 받기로 했다. 불법 사이트 차단을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심의해 3일 이내에 차단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감독관의 기능을 확대하고 암행감찰제도를 도입해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다. 퇴직경찰관을 영입해 운영되는 암행감찰제도는 이달 중 프로야구에서 시범 운영한 뒤 5월부터 모든 프로스포츠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프로구단의 책임 있는 선수관리를 위해 상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도록 각 경기연맹에 권고했다. 승부조작에 임직원이 관련됐을 경우에는 구단의 리그 퇴출과 권리행사 제한 등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상벌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메이저리그는 일찌감치 매를 맞았다. 1919년에 터진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는 그 해 주축 선수 8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이들을 모두 영구 제명했다. 그들의 조치는 엄중했다.


반면 대만 프로야구는 연이은 승부 조작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1997년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드러난 승부 조작 사건만 해도 네 차례나 된다. 잦은 승부 조작과 관련해 많은 선수가 처벌을 받고 여러 팀이 해체됐다. 1996년에 165만 명에 달했던 대만의 프로야구 관중은 승부 조작이 드러난 뒤 30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2000년대 초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관중이 잠시 늘긴 했지만 ‘국기(國技)’라고 불리던 야구의 위상은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선을 다한 멋진 경기를 보며 삶의 활력을 찾고, 몇몇 청소년들은 그런 선수들을 영웅으로 삼는다. 그런데 몇몇의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 선수들이 강을 흙탕물로 만들어 놨다. 팬들은 물론 동료들 마저 힘 빠지게 하는 이런 승부조작은 뿌리를 뽑고 배후세력까지 찾아내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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