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카페인>
뮤지컬 <카페인>
  • 이호연 수습기자
  • 승인 2012.03.27 14:16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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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선택은 커피였을까 와인이었을까
아이리쉬 커피. 카페인과 알코올이라는 지독한 두 성분이 한 잔에서 만났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아이리쉬 위스키를 섞은 이 커피는 칵테일로 취급돼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낯설지만, 뮤지컬 <카페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 지독한 커피를 알아야 한다. 지독한 두 성분의 화학작용은 다른 무엇보다도 향이 깊은 사랑을 그려낸다.
여자주인공인 세진은 ‘끝에서 두 번째 여자’다. 헤어진 남자친구는 곧바로 결혼해버리는 아픈 징크스를 가진 사람이다. 사랑에 대한 징크스만 빼면 완벽한 그녀는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매니저다. 아침에 새로 내린 커피향을 음미하며 지나간 사랑의 아픔을 민첩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될 때쯤, 그녀의 삶에 갑자기 두 남자가 찾아온다.
한 남자는 카페의 저녁 시간을 책임질 소믈리에 강지민, 또 한 남자는 매일 카페의 첫 손님이 되어주는 따뜻한 남자 강정민. 세진과 늘 티격태격하던 지민과 세진을 긴장시키던 정민이 공교롭게도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세진은 또 다른 갈등과 깨달음에 부딪히게 된다. 자칫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는 이 삼각관계를 연출가는 상징적인 음료를 통해 감각적으로 이끌어간다.
극 중 커피는 이성을, 와인은 감정을 상징한다. 지민과 정민은 세진에게 와인과 커피라는 두 가지 상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장난기 많고 편안한 본래의 지민은 세진에게 한 잔의 와인으로 다가온다. 몸을 녹여주고 편히 잠들 수 있게 하는 와인은 소믈리에인 지민의 모습과도 잘 어울린다. 이와는 반대로 각성작용을 일으키고 평화로운 잠을 방해하는 커피는 정민과 닮아있다. 따뜻한 정민의 존재는 매번 세진을 설레게 한다. 편안함과 설렘은 모두 어느새 사랑으로 발전해있었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공연은 남녀 주인공 두 사람만의 2인극으로 진행된다. 조연도 앙상블도 없다. 두 사람의 사랑에도, 커피와 알코올의 결합에도 다른 부수 요소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인>에 유독 듀엣곡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연은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히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세진의 혼란과 지민의 죄책감을 노래하는 넘버는 단 두 곡뿐이다. 로맨틱코미디는 로맨틱코미디 다워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듯 하다.
공연은 유쾌하고 즐거우며 생동감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닭살멘트와 염장행각은 역시 장르가 로맨틱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보다는 죽어가는 연애세포를 살리려는 젊은 남녀, 특히 이미 연인이 된 핑크빛 그대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카페인과 알코올에는 너무 간단해서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공통점이 있었다. 두 성분은 모두 우리 옆에 항상 존재하고 쉽게 찾아 섭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커피와 와인은 다른 방법보다 훨씬 빠르게 기분을 좋게 해준다. ‘몸에 나쁘다’는 사람들의 우려는 공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진의 커피 향과 지민의 와인 내음은 기분 좋은 따뜻함만을 남겼다. 세진은 과연 끝에서 첫 번째 여자가 될 수 있을까. 바리스타 세진의 선택은 커피였을까, 와인이었을까. 그 대답은 4월 8일까지 대학로 컬쳐스페이스앤유에서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이호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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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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