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비보이 랭킹 1위 ‘진조크루’
■ 세계 비보이 랭킹 1위 ‘진조크루’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3.27 14:56
  • 호수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몸이 부상 병동 그래도 대회기간에는 연습실에서 살죠"

최근 한류 열풍으로 인해 K-POP 스타들이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여기, 춤 하나로 한국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한국을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들의 이름은 진조크루. 22살의 막내부터 29살 큰 형까지 나이만큼 개성도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을 믿는 거죠"

19일 오후 3시 무렵 서울 모처의 한 연습실. 문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 벽면 가득한 거울이 눈에 띈다. 거울 앞에서는 진조크루 멤버들이 각자 춤 연습에 한창이다. 문 옆에는 그동안의 대회에서 받은 수많은 우승 트로피들이 있다. 진조크루의 역사가 모여 있는 셈이다. 진조크루는 2003년 활동을 시작한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5대 메이저 대회 중 ‘R-16 World Master Championships’, ‘Battle of the Year’, ‘FreeStyle Session’ 등 4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비보이 크루 랭킹 1위(www.bboyrankingz.com)를 달리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비보이팀, ‘진조크루’. 그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팀인지 소개해달라.
‘진조’는 오를 진(進)에 불사를 조(糟)로 ‘불살라 오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조크루는 2001년 청소년 수련관에서 비보이 춤을 추던 친구들이 모여 만든 팀이다. 당시 3명의 멤버로 시작했는데 청소년 수련관에서 같이 연습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팀이 됐다. 현재는 11명의 정예멤버가 함께하고 있다.

▲비보이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가.
춤은 아무래도 운동신경이 좋거나 예술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잘 추는 게 맞다. 근데 다른 장르와 달리 비보이는 딱히 선천적인 재능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발레나 댄스스포츠 등은 타고난 몸의 비율이나 선, 각 등이 중요한데 비보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른 춤 장르는 선천적인 재능 90%와 후천적인 노력 10%로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경우 그 반대다.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댄스부에서 활동했나.
멤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선 오히려 나서지 않고 조용한 학생이었다더라. 대신 수업이 끝나면 열심히 춤 연습을 했다. 댄스부에서 활동한 멤버도 있지만 대부분이 학교에서는 춤을 추지 않았다. 리더(김헌준)의 경우 3년 내내 수영부에 소속돼 있었다. 수영에 꿈이 있었던 건 아니고 오로지 허리, 어깨의 근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춤을 잘 추기 위해 수영을 한 셈이다.

▲춤도 잘 추고 멋있어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리더인 김헌준(28)은 학창시절 진짜 인기가 많았다. 근데 학기 초 이미지를 너무 과묵하게 잡아서인지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여학생들이 없었다. 이래서 학기 초에 이미지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웃음) 우리 팀은 지금도 인기가 많다. 팀 막내(김우중)의 경우 인도네시아 팬이 연습실로 찾아온 적도 있었다. 홍콩에서도 춤을 배우고 싶다며 팬들이 왔었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김헌준과 김헌우(26)는 형제 비보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냐고 물어보는오는데 의외로 전혀 없었다. 오히려 걱정해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셨다. 개인적으로 “난 부모님 때문에 못 해”라고 말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믿음을 주면 반대할 부모님은 아무도 없다.

▲아들이 비보이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아들을 낳고 주위에서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이다. 나는 아들이 하고 싶은 길을 밀어줄 것 같다. 물론 내 아들이 커서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어떤 일도 끈기 있게 해내지 못한다면 그땐 약간 간섭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식이 바른 길로 가기 원하는 게 부모 마음이니까. 

▲아무래도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을 것 같다. 후회는 없나.
전혀 없다. 오히려 한 멤버는 고3 1년 동안 공부에 집중하느라 춤을 안 췄는데, ‘그때 춤을 계속 췄으면 좋았을텐데’하고 후회하더라. 멤버들 모두 공부에 대한 후회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걸 후회한 적은 있다. 해외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영어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다. 기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못한 게 아쉽다.

▲하루에 연습은 얼마나 하나.
대회기간에는 거의 하루 종일 연습실에 있는다. 보통 때는 평균 5시간 정도 연습하고,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과격한 동작을 피할 때도 2~3시간은 꼭 한다. 최근 ‘진조스쿨’이라고 왕초보부터 고급까지 춤을 가르치고 있다. 몇몇 멤버는 연습 후에 따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니 더 피곤할 거다.

▲대회 안무에는 모든 멤버가 참여하나.
팀 내에서도 철저히 능력제다. 안무는 헌준과 헌우 두 형제가 거의 다 맡고 있다. 우리 팀은 정말 팀워크가 좋은 게, 대회 전 날 갑자기 안무를 바꿔도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우리를 믿고 따라는 것이다. 그래서 형제가 안무 구성에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안무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기본적으로 음악 속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서커스, 현대무용, 발레, 무술 등 여러 가지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딱히 자료를 찾아보거나 하진 않지만 안무 안에 서커스, 현대무용 등의 느낌이 묻어날 때가 있다. 아무래도 그 느낌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을 믿는 거다. 실제로 한 번 시도해봤을 때 우리가 즐겁고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안무는 반응이 좋았다. 영감만 떠오르면 안무를 짜고 익히 데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다.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팀과 신경전은 없나.
영화나 만화에서처럼 눈에 띄는 신경전은 없다. 모든 팀들이 인사도 잘 받아주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예선에서) 자주 1,2위를 다투는 팀을 마주치면 기싸움을 하게 된다.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지만 온몸에서 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긴장될 것 같은데… 무대에선 어떤 생각을 하나.
아무래도 긴장을 아예 안할 수는 없고 또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 무대에 올라서며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까’를 생각한다. 특히 실수할 것 같은 자신 없는 부분은 좀 더 신경 쓴다. 연습 때는 전체 동선이나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생각하지만 무대에서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표정에 더 신경 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아마 멤버들마다 그때 자신의 상황, 감정 등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나(헌준)와 승진이의 경우 2002년 ‘싸이언 비보이 챔피언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국내에서 열린 가장 큰 대회이기도 했고, 처음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다 함께 대회를 지켜보셨기 때문이다.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 대회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아무리 큰 대회더라도 이길게 분명했던 대회는 성취감이 덜하다. 예를 들어, 2010년에 열렸던 Battle of the Year는 우승 때보다 본선 티켓을 거머쥔 예선 경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 같다.
남들이 하고 싶은 걸 못한 게 힘들다. 특히 연습한다고 혹은 대회 전 자기관리 한다고 친구들과 못 만난 게 아쉽다. 내 마음은 항상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친구들과 못 어울리니 사이도 멀어졌다. 매일 2,3개씩은 달고 사는 부상도 힘들다. 어깨, 목, 허리 등 번갈아가면서 부상이 온다. 대회 바로 전날 집에 큰 불이 난 적이 있다. 각자의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어 그대로 대회에 참가했었다. 웃으면서 춤을 췄지만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여러 곳으로 공연도 많이 다니는데, 항상 반응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신기한 게 불우이웃돕기행사나 속된 말로 페이가 낮은 대회일수록 반응이 뜨겁다. 외교통상부 등 간부들이 많은 공연은 정말 반응이 없다. 실제로 어떤 공연에서 앞자리에서 박수를 한 번도 안 쳤던 사장님이 계셨는데, 공연이 끝나고 그 회사에서 섭외가 들어왔다. 겉과 달리 우리 공연을 좋게 보셨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단지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반대로 관객 반응이 좋으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은 없나.
당연히 관객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객석 반응이 좋으면 우리도 즐겁다. 장지광(27)이라는 멤버는 앵콜 공연 때 우발적인 춤을 자주 춘다. 한번은 자기 흥을 못 이겨 손목 부상인데도 열심히 손목을 돌린 적이 있다. 멤버들이 신나면 가끔 옷을 올려 복근을 보여주는데 여성 관객의 함성 소리는 커지는 반면 남성 관객은 그 이후로 호응을 안 하더라. (웃음)

▲일찍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많은 분들이 성공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밌는 게 게임을 할 때 결과가 좋으면 성취감이 크지만 비보이로서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우리만의 꿈이 크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항상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목적 없는 훈련은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목적만 분명하다면 자기 분야는 물론 설사 자기 분야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우리팀만 봐도 지금까지 팀원 여러 명이 자기 길을 찾아 떠났다.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지 말라.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김예은 기자
김예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eskyen@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