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touch 56. 짤방의 비밀
대중문화 touch 56. 짤방의 비밀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3.27 14:59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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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작은 유머, 짤방

“야, 이 짤방 뭐야? 진짜 웃기다.”
요즘 젊은 세대는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면 하루에도 두세 번씩 ‘짤방’을 주고 받는다. 짤방으로 실의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기도 하고, 밉지 않게 꾸짖기도 한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인기 프로그램의 재밌는 자막 캡쳐, 인터넷에 떠도는 웃긴 사진, 만화 속의 황당한 상황 등 짤방은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짤방’은 인터넷상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처음 이 말이 나왔을 때는 ‘짤림(표준어로는 잘림) 방지’라는 뜻이었으나 사진, 그림 등을 두루 가리키는 말로 뜻이 확장됐다. 시작은 인터넷 용어였으나 이제는 방송 등 다른 미디어나 일상생활에서까지 쓰이는 말로 변했다.

짤방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시작은 인터넷 사이트 중 하나인 ‘DC인사이드(www.dcinside.com)’에서였다. DC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관련 사이트인 만큼 갤러리(사진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각 갤러리의 주제에 맞는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규칙을 어기면 관리자가 게시물을 삭제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이미지를 첨부하는 유행이 생겨났다.

이 짤방은 게시물 삭제 방지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로 확대됐고, 곧 DC인사이드의 독특한 문화가 됐다. 그 후 지금은 짤방이 인터넷 문화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이 짤방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혹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받기 위해서’ 혹은 ‘글을 재밌게 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심정을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 짤방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을 때는 손담비가 손가락질하는 짤방과 함께 ‘네가?’라고 보낸다. 강의가 너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 때나 과제가 넘쳐날 때는 ‘멘탈붕괴’ 짤방을 사용한다. 이처럼 짤방은 현재 글쓴이의 심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짤방의 사용은 분위기도 유하게 만든다. 아무리 무겁고 중후한 글이라도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짤방은 글을 쓰는 사람, 읽는 사람, 댓글을 다는 사람에게까지 유쾌한 기분을 준다.

최근 짤방의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이도 있다. 어떤 이는 글에 짤방을 첨가하면 글에 대한 내용보다 짤방에 대한 댓글이 주를 이룬다며 주객전도라고 말한다. 짤방을 사용하면 글의 내용이 너무 가벼워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짤방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 짤방의 작은 유머도 통하지 않는 사회는 너무나 삭막하지 않을까. 우리에겐 지금 짤방 하나의 여유가 필요하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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