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16. 승부 조작, 작은 욕심에서 시작된 범죄
시사터치 16. 승부 조작, 작은 욕심에서 시작된 범죄
  • 단대신문
  • 승인 2012.03.27 21:14
  • 호수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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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야구, 배구 등 스포츠계에서 일어난 승부조작은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서 스포츠에서 받은 감동을 잠시 잊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컨디션 난조로 실수하거나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문제는 이것이 범죄라는 것이다. 과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팬의 응원과 박수를 받아야 할 선수가 경기장에 찬물을 뿌리게 된 것일까.

승부 조작이란?
승부 조작이란 선수·감독·심판 등 관계자가 경기의 승부를 일정한 결과로 유도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스포츠란 항상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력인데 승부를 조작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중계를 볼 의욕도, 경기장을 찾아 관전할 열정도 같이 사라진다. 승부 조작은 스포츠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즐거움을 빼앗는 범죄 행위이다. 승부 조작은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범죄가 성립된다. 또한 승부 조작의 결과가 경기 결과로 실제 나타났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범죄로 처벌된다.

승부 조작의 특징
경기에 져야 하는 팀에 부탁이 들어온다. 승부 조작을 통해 거액을 취하는 사람은 경기인이 아니라 배후의 큰손(자본)이나 조직폭력배 등이다. 주로 점 조직으로 범죄가 이뤄지기 때문에 관여한 선수는 범죄 규모나 배후 세력을 알 수 없다. 또한 다른 사람이 행한 범죄에 대해서 형법상 공범이 성립될 경우 함께 처벌을 받는다. 축구계 선배 등 아는 사람에게 제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한 번 개입하면 약점을 잡혀서 계속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정말 범죄인가?
어떤 경기든 승부를 사전에 모의하는 경우라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 경기 결과에 연계된 불법 도박에 관여한 경우에 도박죄가 추가된다. 승부 조작에 관여한 선수 등이 복권이나 도박을 통하여 수익을 취득한 경우 사기죄가 더해진다. 한편 복권 대상 경기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청탁 또는 금품을 수수·요구·약속하는 경우, 선수·지도자·심판·경기단체임직원이 복권을 구매·알선·양수하는 경우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가 성립된다.

승부조작 사건 전후
KFA(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6월 30일 김동현, 성경모 등 10명에 대해 영구 제명했다. 또한 2011년 10월 5일 최성국, 권집 등 2차 가담자 47명에 대해 영구 제명을 결정했다. 이들은 선수나 지도자는 물론, 축구 단체 임직원·에이전트 등 KFA 관할 범위 내 어떠한 일에도 종사할 수 없다. 2012년 3월 8일, FIFA(국제축구연맹)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승부조작으로 한국에서 영구 제명된 최성국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선수 활동을 정지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을 떠나 마케도니아로 가서 데뷔를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함께 부정을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으로 스포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프로 스포츠가 자리 잡은 나라에서 승부 조작 사건은 반드시 건너야 할 강처럼 여겨왔다. 직접 뛰는 선수, 선수와 가까운 사람에게 바로 저 앞에 큰 돈이 보이는 것 같다. 견물생심이다. 범죄라는 것을 알고도 못이기는 척 끌려가거나, 범죄지만 남이 알아채지 못하면 괜찮겠지 여기고 저지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승부 조작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를 바라보는 관계자의 시각도 다양하다. 항해 중에 풍랑이 일렁이는데 왜 하필이면 우리 배가 항해할 때에 일어나냐 한탄하거나, 엎드려 있으면 풍랑이 지나갈 것이라며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돛을 올려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선장도 있다. 승부 조작을 없애기 위해서는 선수·지도자·심판·팬 등 모두 이런 선장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초등학교에서도 승부 조작으로 두 팀의 지도자가 징계를 받았고, 재작년에는 중요한 고등학교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발생해 양 팀 지도자가 징계를 받았다. 어렸을 때 경기장에서 지도자의 봐주기, 져주기를 보고 자란 선수라면 승부 조작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 모두는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후의 선택자가 되었다. 깨끗하고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남기는 첫 세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오염된 스포츠 유산을 남겨주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손성삼 (대한축구협회 경기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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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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