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구생활 ⑱토피어리 디자이너 이서영 토피가든 대표
직업탐구생활 ⑱토피어리 디자이너 이서영 토피가든 대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2.03.27 23:37
  • 호수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물과 소통하는 따뜻한 감성의 직업

“안녕?” 지나가던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가게 앞에 세워진 이끼 기린에게 인사 한다. 그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끼 기린의 주인 이서영씨. 식물이 심어진 이끼 인형이 가득 찬 토피어리 디자이너 이서영씨를 지난 24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토피어리란 이끼 인형에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식물조각품을 말한다. 토피어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동물원,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 이끼로 만들어진 큰 캐릭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는 행복을 어른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켜주는 토피어리 디자이너 이서영(38)씨. 그녀의 가게 앞에는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귀여운 토피어리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녀가 이 일을 하게 된 것은 한 TV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10년 전 우연히 TV에서 토피어리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됐다”며 보는 순간 토피어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방송국에 협회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고 문의 했다. 그녀는 회사에 다니며 주말마다 토피어리를 배웠다. “독하게 하자는 생각에 주말만큼은 모든 연락을 끊고 토피어리를 배웠죠.”
약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가 남긴 작품들도 많다. 그중 그녀에게 가장 기억 남는 작품은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출입구에 설치된 토피어리다. 그녀는 약 한 달 동안 뽀로로, 해치 등 세계 100대 캐릭터 안에 든 우리나라 캐릭터 토피어리를 제작했다. 회사의 캐릭터와 똑같지 않으면 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만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했다. “설치 된 후, 작품들을 쭉 돌아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어요. 특히 사람들이 제 작품들을 보고 있는 모습이 더욱 보람을 느끼게 했죠.”
가장 힘들었던 작업으로는 에버랜드 튤립축제 토피어리 작품을 꼽았다. “에버랜드 튤립축제를 준비할 때는 한겨울에 하우스 작업실에서 일했다”며 너무 춥고 주변에 자판기조차 보이지 않아 카페인이 너무 그리웠다는 이 씨. 봄, 가을 축제에 토피어리가 많이 이용되는 만큼 대형 토피어리의 제작 시기는 대부분 여름과 겨울이다. 또 만약 회사에서 유출을 원하지 않거나 같은 작품을 공동 작업할 때는 의뢰한 회사가 제공한 작업실에 들어가게 된다.
이 씨는 토피어리는 수작업인 만큼 똑같은 작품이 없다는 점을 이 직업의 매력으로 꼽았다. 같은 작품을 만들어도 사람마다 다 다른 느낌의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토피어리와 사진 찍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행복해 지는 것 같다는 이 씨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업”이라고 자신의 직업을 정의했다.
토피어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전혀 모르는 캐릭터는 그 캐릭터에 관한 상품을 모두 살펴보고 관련 만화도 본다. 그녀는 ‘뿌까’를 처음 맡았을 때 팬시점으로 달려가 관련 상품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뿌까 남자친구는 왜 뽀뽀를 받을 때 이런 표정일까? 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렇게 캐릭터 행동 별 나타나는 표정을 분석하고 그 캐릭터의 행동별 심리까지 고민한 후 작품 제작에 돌입한다.
캐릭터 분석이 필요한 일인 만큼 토피어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점은 ‘관찰력’이다. 또한 식물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식물 관련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원예 관련학과를 나올 필요는 없다. 그녀는 “저도 영어영문학과를 나왔지만 지금 직업을 삼고 있잖아요?”라며 힘들긴 하지만 이 일을 정말로 원한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식물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그녀는 작품을 완성해가면서 토피어리와 계속 대화를 나눈다. “토피어리를 만들면서 항상 ‘예쁘게 자라서 사랑도 많이 받거라’라는 말을 해준다”며 토피어리가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에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고 했다. “토피어리를 기르며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조수진 기자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