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월 30일 '대학생이 뿔났다'
[르포]3월 30일 '대학생이 뿔났다'
  • 서준석·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4.03 12:38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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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정말로 이루어 졌으면…

 

▲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수많은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월 30일 오후 5시, 행사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30분이나 남은 시간. 아직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시청광장은 적지 않은 학생들로 시끌벅적해 보였다. 시작신호가‘땅’하고 울리면 바로 튀어나갈 것처럼 학생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예열하고 있었다.

 

완연한‘봄’이 왔다고 떠들어 대던 일기예보를 믿는 게 아니었다. 날씨는 비가온 뒤라 그런지 상당히 추웠고 냉기를 가득품은 바람도 시청광장으로 나온 대학생들을 썩 환영하는 것 같지 않았다. 빌딩 숲에 둘러싸인 대학생들은 이런 상황과 여건 속에서 외마디 비명 같은 탄식을 내지르고 있었다. “분노하라! 연대하라! 기억하라! 점령하라!”4가지 짧은 기조를 외치며 시작된‘광장으로 달려!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는 그렇게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갔다.

등록금 문제, 대학 법인화, 대학구조조정, 학생주거권, 대학비정규직 노동자 등 오늘날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모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은 다양하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 속

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람은 결국 힘없는 대학생들이다. 정부에 치이고, 대학에 치이고, 사회에 치이고…. 무언가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옆 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요즘의 대학생들이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겁쟁이 녀석들은 학교로, 용감한 녀석들은 거리로 나와 투쟁의 함성을 외치게 된 것이다.

▲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목적으로 서울시청광장을 점령하고 나선 대학생들의 모습.

 

18개 대학과 14개 학생회, 그리고 여러 노동단체까지 합세한 집회는 그 모양세가 조금 남달랐다.‘ 등록금 Down! 청소노동자 임금 Up!’대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이 만났다. 이것이 이집회의 남다른 점이다. 같은 마음을 가진 자들이 소수이고, 더군다나 힘이 없다면 그들은 연대할 수밖에 없다. 10년을 한결 같이 최저임금을 받고 일해 온 청소노동자의 아픔, 계약직 생활을 전전하는 비정규직 시간강사의 불안. 더 이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서 사람과 교육을 잊은 대학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현장에 모인 이유다.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최하영(고려대∙)양은“연구실도 없고 근무조건도 열악한 시간강사에게 수업을 받는 다는 것은 결국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장래에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인데, 이런 악조건의 시간강사시절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곳에 모인 대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반값등록금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의 주체인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 되어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집회가 있기 5일 전부터 학내에서 텐트를 치고 시위를 했다는 최희윤(국민대∙)군은“학내 시설물을 학생들이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고, 이 집회가 끝난 이후에도 학내에서 계속 텐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애초에 의도했던 330개의 텐트는 실제로 설치되지 못했다. 대신 인디밴드의 공연과 자유토론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채워져 또 하나의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고있었다.

시청광장에서 열린‘330 무한점령 프로젝트’가 직접 행동으로 반값등록금을 얻어내고자 목소리를 냈다면, 같은 날 청계광장에서 열린‘3.30 반값등록금 국회만들기 프로젝트 보고있나?’는 투표를 통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자고 주장하며 대학생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오후 2시 경부터 모인 색색의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청계광장 앞으로 삼삼오오 자리를 잡았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 반값등록금 실현이었다. 4.11 총선을 10여일 앞둔 시기에 열린 이번 집회는‘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반값등록금 국회만들기운동본부’, ‘반값등록금국민본부’등의 주최로 1,5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정용필(경희대∙) 한대련 의장은“지난해 싸움을 통해 닫혀있었던 반값등록금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총선과대선이 있는 해인만큼 대학생들의 힘을 모아서 반값등록금을 이뤄내고 싶다”며“많은 학생들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 도심 행진으로 시작됐다.‘ 반값등록금 실현’,‘ 학교의 주인은 학생, 악마 같은 비리재단 싫어요’등 가지각색의 피켓을 든 대학생들은 청계광장을 시작으로 을지로입구역을 지나 한국은행, 시청광장을 거쳐 다시 청계광장으로행진을 했다. 이들은“반값등록금 실현하라”, “MB정권 심판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등에 등록금을 업고 쓰러지는 등 유쾌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 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순적 행위들을 규탄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오후 5시부터는 콘서트가 진행됐다. 새내기 공연으로 시작된 콘서트는 다함께 ‘된다송’을 부르고 중간 중간 ‘선거 때만 반값드립, 더 이상은 안 속는다’,‘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하라’라는 피켓을 높이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는 등 연신 축제분위기였다.

이번 집회는 다만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길을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멈춰 서서 구경할 만큼 흥겨웠다. 대학생 자녀가 두 명 있다는 한 시민은“대학생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대학생들 스스로 반값등록금을 꼭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았다. 집회에 참여한 조은지(전남대∙3)양은“작년 집회가 분노하고 투쟁하는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평화로운 가운데 다함께 즐기는 분위기라 더 재밌었다”며“앞으로 반값등록금이 더욱 이슈가 돼서 사람들의 참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이종한 수습기자 egyeore@dankook.ac.kr

정리 : 서준석 기자·김예은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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