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⑤ 『엄마를 부탁해』 vs <마당을 나온 암탉>
막상막하 ⑤ 『엄마를 부탁해』 vs <마당을 나온 암탉>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4.03 20:33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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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속의 공통분모, ‘모성애’는 아름답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 행하며 속을 썩이면 엄마는 ‘너 같은 자식 낳아서 길러 보라’고 말했다. 그럴 때면 사춘기 시절의 반항심에 집을 뛰쳐 나와 정처 없이 거리를 걷곤 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내리사랑을 전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될 때쯤 읽게 된 책이 『엄마를 부탁해』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느 날 서울역에서 어이없이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가족 모두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가족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엄마 찾기에 나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엄마에 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깨닫게 될 뿐이다.

엄마가 실종된 날에도 여행하고 있었던 첫째 딸은 밖으로만 나돌며 엄마 속을 썩이던 과거를 후회한다.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살아왔던 장남은 생활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엄마가 간절히 바라던 검사의 꿈을 버린 것을 후회한다. 아내의 손길 없이 아무 것도 못하는 남편은 아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며 앞서 걷느라 아내를 인파 속에서 놓쳐버린 그 날을 후회한다.

가족들이 털어 놓는 후회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그들, 아니 우리 모두는 엄마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엄마에게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국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왔다는 것만 기억할 뿐,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부모의 모성애를 보여준다. 주인이 주는 대로 사료를 먹으며 양계장에 갇혀 지내는 암탉 잎싹은 좁은 닭장을 벗어나 알을 품는 꿈을 꿨다. 수차례 도전 끝에 철망을 나온 잎싹은 자유는 얻었지만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다른 동물들의 따돌림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태에 놓이고 말았다.

스스로 알을 품어 생명을 낳아 기를 수 없는 대신 잎싹은 오리 알을 품어 초록머리를 낳았다. 산 생명만 잡아먹는 족제비의 위협 앞에서 몇 번이고 터전을 옮기는 어려움을 감수하며 족제비에 맞서 초록머리를 자식처럼 돌보며 어떠한 희생도 감내한다.

영화 마지막에 잎싹은 초록머리를 노리는 족제비에게 최후를 맞는다. 힘없이 소멸해 가는 잎싹은 그동안 초록머리와 함께 했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초록머리를 지켜본다. 그는 생명이 다하는 찰나까지 삶에 집착하는 욕심을 버리고 자식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그 생명을 오롯이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는다.

야생오리인 초록머리를 제 새끼처럼 보살피는 잎싹의 모습은 입양아를 정성스레 양육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가늠케 한다. 잎싹은 엄마와 자신이 다른 점을 납득하기 힘든 초록머리의 마음을 다독이며 말한다. “같은 족속이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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