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연기한 박주영은 무조건 죄인?
입영 연기한 박주영은 무조건 죄인?
  • 배개화(교양기초교육원) 교육조교수
  • 승인 2012.04.03 20:47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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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스널 소속 축구선수 박주영이 병역 의무를 10년간 연기하였다고 알려졌다. 즉, 박주영이 “주프랑스대사관을 통해 2011년 8월 18일 국외이주를 이유로 국외여행기간연장원을 출원함에 따라 같은 해 8월 29일 국외이주 사유 여행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박주영은 만 27세이기 때문에, 10년 후에는 병역 면제 나이에 해당하는 만38세가 된다. 이에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편법 병역 기피’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병무청의 설명에 따르면 그의 병역 연기는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전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박주영의 병역 연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24일 박주영은 “작년에 변호사를 통해 서류 제출할 때 35세 이전에 한국에 돌아가 병역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며 ‘병역 기피’가 아니라고 해명하였다.     

이처럼 박주영의 병역 기피가 논란이 된 것은 유독 스포츠 선수들 중에서 병역 기피 혹은 면제의 특혜를 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9년 병무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5년간 병역 기피자는 총 530여명으로 이중 야구, 축구 선수가 200여명 정도 된다고 한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병역 혜택을 받은 24명을 비롯해 지난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체육 분야에서 병역 면제를 받은 선수는 모두 797명에 달한다.

최고 전성기에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 갑자기 군대에 입대해서 공백기를 갖게 된다면 이것은 선수 개인이나 스포츠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명백히 현역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땄으니까, 해외에서 활동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는다면, 이는 ‘의무의 보편적 이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된다.

또한 이들이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을 판단하는 불편부당한 기준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입대하여 부사관들에게 관리 받으며 21개월을 보낸 혹은 보내야할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돈도 버는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한 병역 기피 논란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이러한 비난에는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소위 사회 지도층들의 병역 기피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집단적 원한은 작년 ‘MC 몽’ 사건 때처럼 하나의 가시적 대상을 향해 무섭게 분출하여 당사자의 인생을 ‘리셋’ 시켜 놓기도 한다. 또한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가짜 MRI 논란’처럼, 명확한 근거도 없이 병역기피에 대한 대중 심리에 편승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수렁에 빠뜨리는데 악용되기도 한다. 

병역의 의무는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이 특권이나 우월한 지위- 공직자, 국회의원, 재벌 스포츠 스타, 인기 연예인 등-을 이용하여 병역 의무를 기피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감시하여야 한다.

정당한 사유에 의해서 스포츠 스타가 병역을 연기하거나 면제를 받게 된다면, 그것을 쿨(cool)하게 받아드릴 수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성숙한 시민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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