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학 농구부 쌍둥이 최승민, 승훈(운동처방재활·2)선수
■ 우리 대학 농구부 쌍둥이 최승민, 승훈(운동처방재활·2)선수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2.04.10 11:52
  • 호수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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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밖에 안 보이는 두 형제

▲포인트가드를 맞고 있는 형 최승민(좌) 선수와 슈팅가드를 맞고 있는 동생 최승훈 선수.
인터뷰하기엔 많이 늦은 시간, 지난 6일 저녁 10시 30분. 건국대와의 경기를 마친 후인지라 몹시 피곤할 텐데도 인터뷰를 위해 신문사를 방문한 두 형제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운동선수다운 까무잡잡한 피부에 빈틈없는 체격. 역시 왠지 모를 묵직함이 있다.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기자의 열등의식 때문일까. 말 한마디에도 책임감과 남자다움이 느껴진다. 그렇게 힘든 운동 왜하냐는 질문에 “열심히 해서 첫 봉급을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는 쌍둥이 형제. 그들이 농구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물심양면 밀어주는 ‘어머니’ 때문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형제의 마음이 참 예쁘다. 어쩌면 특별할 수도, 어쩌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쌍둥이 형제의 농구이야기를 들어봤다.

▲오늘 경기는 어땠나?
승민-건국대에게 2점차로 패했다. 연장전까지 갔다가 한 골차이(2점)로 패했다.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패하긴 했지만, 우리 전력을 십분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봐준 기분이었달까?

▲두 형제가 어떻게 농구를 함께 시작하게 됐나?
승훈-초등학교 때 어머니 아는 분의 농구경기를 보러갔다가 그분이 너무 멋있어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누군가처럼 아주 특별한 사연 같은 것은 없다.
승민-동생이 한다니까 그냥 따라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보내주셨다.

▲쌍둥이들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데, 농구경기를 함께 하면서 그런 경험이 있었나?
승민-아무래도 쌍둥이다보니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이 상황에서는 이 위치에 동생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그 위치에 동생이 있다.
승훈-‘호흡’이라고 해야 할까? 오랫동안 함께 해서 그런지 참 잘 맞는다. 형 덕분에 농구를 좀 편하게 하는 것 같다. 형은 공을 뺏어서 기회를 만드는 스타일이고 나는 슛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형이 볼을 가지고 돌파할 때 속으로 ‘이렇게 움직이면 패스가 오겠구나’느끼면 역시 형이 슛하기 좋게 볼을 보내온다.

▲동시에 같은 이성을 좋아했던 경험은 있나? 서로 이상형은 비슷한 편인가?
승민-전혀 없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고 동생에게 예쁘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전혀 안 예쁘단다.
승훈-나는 주위에서 눈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그냥 완벽한 여자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바라는 게 참 많다. 요리도 잘 했으면 좋겠고, 착했으면 좋겠고, 귀여우면 좋고, 예쁘면 좋고, 옷 잘 입고 자기를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승훈-동생은 그냥 지구상에 없는 여자를 원한다.(폭소)

▲언론에서 조상현, 조동현을 잇는 쌍둥이 선수란 말들이 많다.
승민-이 선배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속상해 할 것 같다. 사실 우리랑 걸어온 길 자체가 다른 선배들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순위 안에 포함되는 선수들이었고 실력도 그만큼 비교가 안 된다. 비슷한 거라곤 농구한다는 것과 쌍둥이라는 것뿐이다.
승훈-너무 높이 계신 선배들이다. 비교되는 것만도 황송하다.

▲특별히 우리 대학을 지원한 이유가 있나? 그것도 둘이 함께 우리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승민-처음에는 같은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코치님의 조언으로 입학하게 됐다.
승훈-코치님을 존경하고 좋아해서 조언을 따랐다. 코치님도 단국대를 추천해 주셨고 운 좋게 우리 대학에서 둘 다 받아주겠다고 했다. 코치님도 이곳에 가면 잘할 거라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대학 농구부가 연세대나 고려대처럼 유명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승민-다른 팀에 비해서 스타플레이어나 키가 큰 선수 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고 보완하기 위해서 훈련을 더 많이 한다. 타 대학에 비해서 우리 대학만큼 훈련이 많은 대학은 들어보지 못 했다. 심지어 주위에서는 ‘단국대 농구부는 육상부’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많이 한다.
승훈-체력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말이 ‘많이 한다’지 정말 죽을 것 같다. 어떨 때는 뛰는 걸로 시작해서 뛰는 것으로 끝나는 훈련도 있다. 이런 훈련을 마친 후에는 괄약근에 힘이 안 들어갈 정도로 힘이든다.

▲농구부에 부족한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나?
승훈-선수 스카우트에 많은 힘을 쏟는 것 같지 않다. 다른 대학은 좋은 선수를 유치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데 우리 대학은 그렇지 않는 편이다. 좋은 선수는 더 좋은 학교에 가지 우리 대학에는 안 올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는 좀 소홀한 것 같다.
승민-조직력을 위주로 하다 보니 개인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좀 적은 것 같다. 그리고 외박이 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승훈-맞다. 다른 팀에 비해서 외박이 좀 적은 편이다. 그 외엔 다 좋은 것 같다. 신발도 1년에 3켤레씩 나오고 테이핑도 많이 나오는 등 지원은 만족한다.

▲장봉군 감독의 모 일간지 인터뷰 기사를 봤다. 칭찬보단 쓴 소리가 많더라.
승민-우리가 더 잘되게 하기 위해서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좋은 부분을 고치고 더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인 것 같다.
승훈-쓴 소리를 안 하는 것이 칭찬이다. 잘한 날에는 아무 말도 안하신다. 그게 칭찬이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젠가?
승민-매일 힘들다.
승훈-뛸 때마다 힘들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승민-특히 방학 때나 주말에 다른 학생들은 쉬는데 우리는 운동해야 하는 것이 많이 힘들다.
승훈-주말에 날씨가 엄청 좋은데, 그 좋은 날씨를 뒤로하고 체육관으로 향할 때, 정말 참기가 힘들다.

▲힘들 때 서로 위로가 되기도 하나?
승훈-운동하다 너무 힘들 때는 서로 말할 힘도 없다. 그렇다 보니 서로 위로가 되기보단 각자 스스로 이겨내는 편이다. 의지하고 그러면 형 버릇 나빠질까봐 안 된다.(웃음)
승민-많이 힘들 때는 고생하시는 어머니 생각해서 좀 더 힘내자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힘든 것도 다 풀린다. 위로보다 우리가 이것을 왜 하고 있는지 되새기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게 힘든 농구, 왜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승민-어머니께서 힘들게 뒷바라지 해주시는데 조금이라도 기대에 부흥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열심히 해서 프로리그가서 연봉을 받으면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 그게 우리가 농구를 하는 이유다.

▲둘 다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반대는 없었나?
승민-반대는커녕 어머니가 오히려 더 믿어주고 밀어주셨다. 우리가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 좀 더 해보라고 응원해주시지 하고 있는데 그만두라고 하시지 않으신다.

▲그만 두고 싶다고 말한 적 있나?
승민-가장 최근에 말한 것은 1학년 때다. 동생이 부상 후 재활치료를 위해 팀에서 오랫동안 나가 있었다. 당시 동기들도 힘들어서 다 나간 상태였는데, 혼자 일을 다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다고 말했다.
승훈-나도 사실 그때 말했었다. 부상당한 부위가 너무 아파서 또 다칠까봐 두려워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

▲경기 기록을 보면 동국대가 상당한 라이벌인 것 같다. 작년 8월(제66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 있었던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2점차 승리. 지난 2일에 있었던 경기에서는 1점차로 패했다.
승민-사실 동국대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동국대와의 경기가 시소게임이 될 때가 많고, 중요한 경기일 때가 많더라.
승훈-재미있는 것이 고등학교 때 같이 운동하던 두 친구가 현재 동국대 주전 선수로 뛰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참 많이 겹친다.

▲앞으로의 특별한 계획이 있나?
승민-아직까지는 생각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다른 것을 생각해 버리면 농구에 집중하지 못 할 것 같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농구하는 것만 생각하고 싶다.
승훈-농구선수라면 당연히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이 목표다. 전주 KCC에 들어가면 고향이 가까우니 친구들이 게임을 많이 보러 와줄 것 같다.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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