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논의 시작한 2차 학문단위 구조조정
본격 논의 시작한 2차 학문단위 구조조정
  • 김상천·조수진 기자
  • 승인 2012.04.10 12:47
  • 호수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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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대-경상대, 영문-영어, 행정, 컴퓨터 관련 학과 대상

“학과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휴학하지 마시고 쭉 다니세요.”

지난 4일 오후 수업에 지각한 한 교수가 부랴부랴 PC를 켜면서 학생들에게 던진 뼈 있는 농담이다. 교수는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따른 전체 교수 대책회의 때문에 늦었다”고 말했다.

본격 논의가 시작된 2차 학문단위 구조조정 문제로 대학이 술렁이고 있다. 2차 조정에 포함된 죽전·천안캠퍼스 중복학과는 △죽전 상경대학과 천안 경상대학 중 천안의 환경자원경제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경영·경제·무역·회계) △죽전 영어영문학과와 천안 영어과 △죽전 응용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학과와 천안 컴퓨터과학과 △죽전·천안캠퍼스 행정학과다.

학문단위조정위원회 최영철(일어일문) 위원장은 “죽전은 IT·CT와 응용과학, 천안은 기초과학과 외국어 중심이라는 1차 조정 때의 틀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1월 31일 최초 논의가 시작된 후로 해당 학과 재학생·교수, 교직원들과 회의를 이어가며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오영 기획처장도 “4일 오후 단과대 회장들의 요청에 의해 또 한 번의 회의를 가졌다”며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고 계속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1차 조정 때와 마찬가지로 조정 대상에 오른 학과들은 반발이 거세다. 죽전 학과는 죽전에, 천안 학과는 천안에 계속 남고 싶어 한다. 영어영문학과는 실용영어 교과목을 배제한 ‘영미인문학과’로의 개편을 통해 CT 특성화 취지에 맞는 ‘인문학 중심 커리큘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현주 영문과 학과장은 “국내 4년제 종합대학 중 본부가 있는 캠퍼스에 영어영문학 관련 학과가 없는 대학은 없다”며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문학, 어학, 역사, 철학으로 구성된 문과대학 존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영미인문학과가 필요하다면 영문과가 천안 영어과로 통폐합된 후에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 교수도 영미인문학에 특화된 인재로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또 “이미 중·일문과의 천안 통폐합이 결정된 점과 천안캠퍼스 외국어 특성화라는 취지를 고려했을 때 통일성으로 보나 운영효율로 보나 영문과가 영어과에 통폐합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외국어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영어는 이미 세계어이자 국제어로 더 이상 ‘외국어’라 말할 수 없는 세계 공용어”라고 응수했다.  

김주성 영어과 학과장은 “통폐합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교수든 학생이든 생활 근거지가 달라지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문과 이주성(3) 회장은 “죽전에 철학과가 신설되고 한국어문학과가 국문과와 합쳐지는 만큼, 문·사·철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죽전에 영문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행정학과의 반발도 만만찮다. 천안 행정학과 윤상오 학과장에 따르면 행정학과와 법무행정학과를 통합한 ‘공공관리학과’ 신설을 통해 천안에 남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천안 행정학과 교수는 “세종시로 정부 기관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행정부분은 거시적으로 천안 쪽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죽전 행정학과 모 교수는 “죽전·천안 행정학과 모두 통폐합을 원치 않는 상황이고, 때문에 죽전 행정학과는 이미 커리큘럼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 행정학과 백기택(4) 회장은 “각 캠퍼스에서 논의가 따로 이뤄지고 있다. 죽전·천안캠퍼스가 같이 협의할 수 있게 소통 창구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소통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천안캠퍼스는 상대적으로 2차 조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상대 김민수(경영·4) 회장은 “통폐합에 관한 학교 측의 공문을 받은 적이 없고 공식적으로 들은 말도 없었다”며 “얼마 전 경상대학장으로부터 통폐합이 될 거고, 학교 측 입장에 따라가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각 캠퍼스의 공과·공학대학 내 컴퓨터 관련 학과도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 죽전 공과대학에서는 응용컴퓨터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를 합친 ‘IT융합공학부’가 논의 되고 있다. 지동선(파이버시스템공) 공과대학장은 “컴퓨터는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으로 엔지니어링 등이 반드시 연계돼야 하는 만큼 죽전 쪽이 유리하다고 생각 한다”며 “그렇지만 천안 공학대학도 뿌리 내려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 구조조정위원장은 “각 캠퍼스 모두 ‘남기 위해’ 뭔가를 해서는 안 된다”며 “구조조정의 이유가 대학 운영 효율성 강화인 만큼, 희생과 아픔이 있더라도 대학의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는 대학 발전이라는 큰 틀 아래 구성원들의 희생을 최소화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꾸려진 것이니만큼 학생·교수들의 수합된 의견을 계속 적극 얘기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상천·조수진 기자 dkdds@dan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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