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여사의 지난한 삶 담아
영화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외마디 말을 남기고 쓰러진 전태일 열사를 비춘다. 그는 죽기 직전 어머니에게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대신 이뤄 주세요”라는 숙제를 내준다. 이 숙제를 풀기위해 한 목숨을 던지고, 어쩌면 아들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아낸, 유일하게 그에게 빚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다. ‘작은 선녀’라는 뜻의 소선이란 이름을 가진 이소선 여사는 넓은 가슴으로 이 땅의 노동으로 핍박 받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다 죽었다.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올곧음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모든 이들의 어머니였던 그녀의 마지막 2년간의 이야기. 그리고 전태일이 분신하기 전,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의 마지막 날을 담은 젊은 예술가들의 연극 <엄마, 안녕>과의 만남. 가늠할 수 없는 그날의 고통을 힘겹지만 아름답게 승화시킨 그들에게 이소선 여사의 삶은 어떤 의미이며, 이소선 여사에게 아들 전태일과 이 땅의 노동자들은 무슨 의미인지 영화는 말해준다.
솔직히 영화의 시작은 어수선하다. 현재와 과거를 반복하는 내용구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형식에다 주제까지 노동운동에 관련된 영화여서 한 장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영화 전체에 흐르는 감각적인 프로젝트 듀오 ‘하와이’의 음악들은 일상의 담백한 풍경에 봄볕 같은 향기와 온기를 더하며 영화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하와이’는 밴드 스웨터의 보컬이자 홍대 여신으로 불리는 이아립과 집시스윙 밴드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기타리스트 이호석이 결성한 프로젝트 듀오다. 예쁜 영상과 따뜻하고 섬세한 음악이 흐르는 감성 다큐 ‘어머니’는 이소선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인물의 ‘초상화’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늘 함께 호흡한 이소선 여사의 일상을 향기롭게 담은 ‘풍경화’가 되어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노동운동이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 속에 이소선 여사의 의외의 위트가 가미돼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난 건 행운이다. 이소선 여사로 인해서 세상을 좀 더 배운 것 같다. 하지만 독립영화라 흥행도 쉽지 않아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영화다. 성숙한 사회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소선 여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신현식 수습기자 shsnice10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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