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오늘도 내일도 ‘곤란합니다’
[주간기자석]오늘도 내일도 ‘곤란합니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2.04.12 21:51
  • 호수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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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화되면 곤란합니다.”
역시나. 오늘도 기자에게 들리는 말은 ‘기사로 나가면 곤란하다’는 말 뿐이다. 1년 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의뭉스러운 부분에 대해 똑 부러지는 답변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치기구도 학생들에게 당연히 알려야 할 부분에 대해 매번 ‘모르쇠…’ 또는 ‘인터뷰 거부’로 일관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회비’를 강제로 걷거나 강압까지 하는 사례가 종종 기성언론에 보도됐다. 마침 ‘과 잠바 가격 평준화’ 기사가 기획되어 있었던 차에 기자는 ‘학회비’ 취재에 같이 나섰다. 몇몇 학생들의 제보로 정당한 학회비 사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학회비를 안낼 경우 부모님 전화번호를 대라고 했다는 학생 증언부터 학회비가 어디에 쓰일 건지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한 공고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의문투성이인 학회비 관련 인터뷰 요청서를 총대의원회와 각 단과대 학생회에 보냈다. 결과는 스트라이크 3번에 삼진 아웃.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알겠다. 나중에 연락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정말 끝이었다. 인터뷰를 해주겠다던 총대의원회 마저 결국엔 “안 될 것 같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결국 학회비 기사는 접어야 했다.
이럴 경우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취재원을 설득해서 관련 자료를 받아 기사를 쓰던지 아님 심호흡과 함께 편집장에게 기사가 못 나갈 것 같다는 연락을 해야 한다. 물론 취재에 응해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취재원들이 기꺼이 취재에 응해 준다면 분명 잘못된 부분을 바꿀 수 있다. 한 예로 본보 1307호 ‘교양 강좌 매매’ 관련 기사를 취재하면서, ‘인기 교양을 늘려 달라’, ‘돈으로 교양 강좌가 거래 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각 관련 부처는 시스템 상 양도자를 찾기가 힘들고 지금의 예산으로는 인기 강좌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사가 나간 이후, 강좌 매매 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공지와 함께 단쿠키에 협조를 요청해서 매매 관련 글은 모두 삭제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매매 글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처럼 기사화의 후폭풍을 먼저 생각하기 보단 의문스러운 부분을 속 시원히 답변해줬기 때문에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었다.
기사는 중립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써야하는 만큼 심증이나 들은 것으로만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원의 협조 없이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다.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각 위치에서의 입장을 말해달라는 것이다. 기자가 민감한 사항에 대해 “취재 요청 드립니다”는 말에 반감을 먼저 드러내기 보다는 지금의 입장과 문제의 대책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매번 듣는 “취재가 곤란하다”는 말보단 취재원의 입장에 대해 듣고 싶다.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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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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