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끝이 안 보인다
학교폭력, 끝이 안 보인다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2.04.26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 끝이 안 보인다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요즈음 신문에는 온통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가 넘쳐난다. ‘야구방망이로 여학생을 살해해 암매장’했다는 기사는 참으로 끔찍했다.

학업을 포기하고 가출한 10대 남녀 9명이 ‘험담을 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래 여학생을 집단 폭행, 숨지게 되자 시신(屍身)을 야산(野山)에 암매장했다고 한다. 사건은 지난 5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날 오후 3시쯤 경기도 고양시 H동 다세대주택 L모(18) 양의 자취방에서 K모(17) 군 등 10대 9명이 B모(17) 양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조선일보 2012. 4. 19).

 

힘 자랑하고 싶어 애들을 괴롭혔다니!

 

고양시에서 이 끔찍한 사건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경북 영주시에서는 중학교 2년생인 Y모(14) 군이 유서(遺書)를 남기고 자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어른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Y군은 같은 반 J모(14) 군의 계속되는 괴롭힘을 참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Y군은 자살하기 직전에 J군에게 “넌 내 장례식에 오면 죽는다”는 문자를 보냈다니, Y군의 가슴에 맺힌 원한(怨恨)이 얼마나 사무쳤겠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음은 가해(加害) 학생 J군의 말이다. “연필로 등을 찌르면 Y가 인상을 찌푸리고, ‘니가 했지?’ 하고 짜증을 냈는데, 괴롭힐 때마다 반응을 보이는 게 재미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고, 또 J군은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힘 자랑을 하고 싶어 아이들을 괴롭혔는데, 그 때는 그런 것이 고통이 될 줄 몰랐다”고도 했다.

당한 쪽은 자살을 선택했는데 정작 가해 학생은 그저 장난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Y군의 자살은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데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작년 5월 학교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高)위험군’ 판정을 내리고, 학교 ‧ 부모 등 주위에 절박한 구조 요청을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조선일보 2012. 4. 19, 「사설」).

 

위의 두 사건은 요즘 초 ‧ 중 ‧ 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한 편린(片鱗)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폭력 실태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들이 많다.

 

막내 아들은 ‘일진 연합’ 멤버였다

 

최근, 학교폭력 실태가 공개되면서 ‘일진회’(一陣會 : 학교폭력조직)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라 있다. 전국 1만1363개 초 ‧ 중 ‧ 고교 재학생 558만9267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136만6799명이 설문조사에 참여), 중학생이 33%, 초등학생(4 ~ 6학년)이 23.7%, 고등학생이 11.6%가 “우리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2012. 4. 20). 이에 따르면, 중학생의 경우는 3명 중 1명꼴로 나타나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의 경우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그리고, 설문조사에서 응답지를 제출한 136만6799명 중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은 16만7395명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2012. 4. 24). 학교폭력 사태는 참으로 끔찍하다.

 

“두 딸은 왕따, 아들은 일진 ‧ ‧ ‧ 어느 엄마의 절규” - 이는 어느 일간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첫째 딸은 한글을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탓에 ‘바보’ 딱지가 붙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다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첫째 딸에게 관심을 쏟는 사이, 둘째 딸도 왕따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셋째인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아들 아이는 성격도 밝고 운동도 잘 했다. 중학생이 된 후에는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런데, 이게 왠 청천벽력인가. 2학기부터 말투며 눈빛이며, 이상한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에 아들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진흙탕에 빠져있었다. 패싸움 하기 ‧ 자전거 훔치기 ‧ 멤버들과 어울러 술 먹고 담배 피우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친구 집에서 포르노까지 보았다니, 어머니는 더 이상 아들의 얘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아들은 ‘일진 연합’ 멥버였다.

 

이러한 끔찍한 사실들에 접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학부모 A씨는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단순히 발표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학교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학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 안양옥)에서는 “학교폭력사태가 심각한 것이 이번 교육과학기술부 실태조사에서 드러났고, 이 같은 현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제로(0)가 될 때까지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교장총연합회(회장 : 심은석)도 “이제 교장들이 해법을 제시하겠습니다. 교직의 자존심을 걸고 학교폭력을 현장에서 책임지겠습니다”고 단호한 각오를 들어내보였다.

한편,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대표 : 서인숙)에서도 “이번 교과부의 실태조사로 학교폭력이 전국적으로 일상화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학교폭력 근절에 나섰다.

 

‘학교폭력’ 기사를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어느 여교사의 ‘교실 편지’가 생각난다. 이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7년 전 고3 제자로 만난 K는 3월 첫날부터 특별한 아이였다. ‧ ‧ ‧ 염색한 머리, 파마도 한 듯 싶었었고, 눈썹은 밀어버린 상태. 얼굴은 파운데이션까지 발랐으며, 교복만 걸쳤을 뿐 학생의 모습이 아니었다. K에게 사흘의 말미를 주면서 남들과 똑 같은 모습으로 교실에 앉아 있기를 권했다.”

편지 내용은 계속된다. “화장 안 했는데 선생님이 몰아세운다고 억울해하던 K에게 말 없이 내민 클렌징 티슈, 다그치기보다는 ‘우리, 최소한만 하자’라며 내민 약속의 종이 한 장 앞에서 K의 고집과 오기는 서서히 무너졌다. 약속의 종이에는 ‘네 마음을 그냥 써라, 나에게 약속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에게 약속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직접 적었다.”

“어느 날 K는 ‘말 없이 내민 클렌징 티슈가 더 무섭다. 2학년 때도 잘 버텨왔는데, 3학년 땐 여자 담임이어서, 야단치지 않아서 더 힘들었다.’ ‧ ‧ ‧” 담임 선생님의 ‘사랑의 힘’이 발휘되고 있었다.

“‧ ‧ ‧ 그 날 오후 남들과 똑 같은 모습으로 학교에 들어왔다. 그리고 스스로 약속의 종이를 찾으며, 그 종이에 혼잣 말을 써가면서, 제딴에는 정말 열심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그 아이가 졸업식 날 모든 이들을 울렸다. ‧ ‧ ‧ 우리 반 10번 K 차례가 되었나 보다. K는 자기 차례가 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달려나오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졸업을 해요. 제가 졸업장을 받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울먹이면서, 앞으로 나와서는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K의 울먹이는 외침에 나도 같이 끌어안고, ‘그래, 잘했다. 고맙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는데, ‧ ‧ ‧”

“그렇게 졸업장을 품에 안고, 자기 자리에 앉은 K는 다른 친구가 졸업장을 받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올 때, 울먹이면서 혼자 노래를 시작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네 ‧ ‧ ‧”

“그렇게 눈물의 졸업식을 끝낸 우리 반 아이들은, 더 이상 미운 오리새끼가 아닌 K를 끌어안고 빨간 눈으로 사진을 찍었다.”

 

위의 글은 내일신문 제531호(2012. 2. 20)에 실린 ‘조영혜 교사의 교실 편지’의 일부이다. 이 편지가 학교폭력을 걱정하고 근절을 고민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 BC. 384 ~ 322)가 남긴 명언(名言)을 여기에 옮기면서 이 글을 맺는다. “국가의 운명은 청년교육에 달려 있다.”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dknew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