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다문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 허재영(교육대학원·교육학과)교수
  • 승인 2012.05.02 10:57
  • 호수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그것은 아마도 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민자가 늘어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다문화’라는 말에서 외국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다문화=외국인 또는 이주민’이라는 등식은 적절한 인식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문화는 단일 문화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여러 문화를 복합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다. 달리 말해 우리와 다른 삶의 양식을 지칭하거나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다문화’ 또는 ‘다문화 사회’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생성된 말이다. 왜냐하면 역사를 통해 수많은 다문화 현상이 존재했지만 과거에는 그런 현상에 주목하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 이구동성으로 다문화 현상을 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마의 발전, 실크로드, 끊임없이 이민족을 동화시킨 중국, 그리고 미국 등 주목할 만한 세계사적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단일 문화나 단일 민족이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표적인 종교의 뿌리가 그렇고, 찬연한 삼국의 문화가 그렇다. 그뿐인가? 고려가요 ‘쌍화점’에도 ‘회회아비’는 몽골인이거나 아라비아인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유독 최근의 다문화 담론에서는 ‘다문화 가정’ 또는 정치인 이자스민만이 주목을 끄는 듯하다. 이 또한 정치 상황이 만들어 낸 산물이 아닐까?

사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사회언어학에서 차별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혈통이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막고자 만든 새말이다. ‘혼혈아’라는 말 대신에 ‘다문화 가정 아이’라는 말을 쓰면 그럴 듯하게 차별을 피해가는 느낌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을 ‘다문화 가족’ 또는 ‘다문화 가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뿐 아니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 말도 또한 차별어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문화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인류 역사상 단일 종족이나 단일 문화로 발전을 이룬 예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다문화를 예찬하는 일도 어리석은 일이다. 분명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도 다문화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에 대한 해답은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다문화 인식은 ‘이주민, 결혼 이민자, 새터민’에 대한 우월감을 근원지로 한다. 이와는 반대로 선진국에서 유입된 다문화에 대해서는 ‘학문’이나 ‘예술’ 그리고 삶의 양식 전반에서 무비판적 동경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역시 냉정하지 못한 태도이다.

이제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를 이루는 구성원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다. 그들은 한국에 이주한 사람들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 대한민국에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는 문장이 단지 공익광고의 카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인 이자스민을 거부하거나 환호하는 단순 인식을 벗어나, 우리 모두 또 하나의 한국인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