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와 정치
[사설] 20대와 정치
  • 단대신문
  • 승인 2012.05.03 23:26
  • 호수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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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했었고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만을 약하게 확인했을 뿐 결과는 빈약한 정치판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유와 관련한 여러 진단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20대의 투표율이었다. 서울은 64%로 크게 달랐지만 20대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 54%에 한참 뒤지는 45%로 집계되었다.

각 정당들은 20대에 맞추어 목소리를 높였으나, 서울 정도를 제외하면 20대는 여전히 정치를 외면한 셈이다. 알다시피 정치는 모두의 삶을 바꾼다. 그럼에도 미래의 주역인 20대의 다수는 시기별로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2012년에도 여전히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들에게 다시금 20대를 한탄과 걱정, 위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왜 20대는 자신을 포함하여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선거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핵심은 그들이 기성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배신감, 분노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투표거부라는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지난 2-3십여년간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어른들이나 정치나, 정부는 별로 해준 것이 없다. 그 사이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상황은 기대한 만큼 달라지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들은 과외에 치이고, 성적에, 대입에 치이고, 알바에, 스펙에, 학점에, 암울한 취업기상도에, 비정규직에, 불안한 미래에 치인다. 있는 집 아이들 정도를 제외하면 자라오면서 이들이 목격한 것은 바뀐 정치 속에서도 부모님들의 고생이 여전하고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20대의 삶은 이런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살풍경한 성장환경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낮은 정치참여를 탓할 수만은 없다. 영화 <완득이>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유아인은 그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상은 일그러져가고 기본을 상실한 여기 이 곳에” 통절한 책임을 져야할 기성세대가 20대의 낮은 정치참여를 탓할 수 있는가? “당신들은 20대의 청년이 검증되지 않은 총알 장전해 알티해대며 광기의 전사가 되(어) ... 밥그릇 다 내려놓고 정치 투사가 되어야 겨우 발언의 자격을 허락할텐가”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발언이지만 문제는 이 점에 있다. 정치에의 참여, 그 중에서도 가장 구체적인 방식인 투표행위는 기성세대에 책임을 묻는 가장 명료한 방안 중 하나이다. 수도권의 총선결과는 그것을 입증해준다. 한편 투표는 ‘20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발언이 득표를 위한 기존 정치인들의 아첨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정치는 삶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순수하다는 말, 그것까지도 극히 정치적인 태도의 하나이다. 정치적 의식화, 20대 스스로를 위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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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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