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 성은애 교수의 ‘짠’한 자막강의
영문과 성은애 교수의 ‘짠’한 자막강의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05.08 12:17
  • 호수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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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에 목소리 안 나와도 휴강은 없다

지난 2일 오후 1시 인문관 301호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성은애(영어영문) 교수는 준비해둔 PPT를 띄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보시다시피 독감으로 인해 오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람쥐ㅜ_ㅜ. 오늘은 부득이 자막을 통해서 강의를 하려고 합니다. 다소 지루하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왼쪽에서부터 촤락 펼쳐지는 글자와 함께 일본의 기타 듀오 ‘데파페페(depapepe)’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자 성 교수는 마이크에 쉰 목으로 “마이 프레셔스”하고 농을 던진다.

지난주 심한 독감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성 교수는 영어영문과 3학년 선택과목인 ‘영문학사’ 2개 분반 수업을 영국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Age) 관련 영상 관람과 ‘자막 강의’로 대체했다. 만들어온 PPT 2개 파일의 강의자료는 사진 포함 248페이지에 글자 수 2만8천849자 분량이다. 학생들이 지루해 할까봐 수업 내용 사이사이에 농담을 섞고, 운전하다 졸릴 때 듣던 기타음악은 ‘BGM’으로 깔았다. 성 교수는 “지난 주말부터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그나마 거동이 가능하고 자막을 만들 수 있어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예정대로 강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성 교수의 깜짝 자막 강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유예지(영어영문·3)양은 “그 정도로 목이 아프면 그냥 휴강하기 마련인데, 성의와 수업 열의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영균(영어영문·3)군은 “자칫 수업이 부실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탄탄한 자료 내용과 자막 사이사이 위트 넘치는 멘트로 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김군에 따르면 60명 내외의 수강생은 자막강의를 했던 지난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강의시간 내내 집중해서 수업에 임했다.

성 교수는 “수업은 해야겠고 목소리는 안 나와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법인데, 의외로 색다르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주니 고맙다”며 “앞으로는 목 관리를 잘 해서 더 재미난 강의를 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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