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날 특별 기획] ‘孝’ 4개국의 효를 묻다
■ [어버이날 특별 기획] ‘孝’ 4개국의 효를 묻다
  • 이영은·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5.08 13:46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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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페루·사우디의 ‘효’

■ [어버이날 특별 기획] ‘孝’ 4개국의 효를 묻다

중국·일본·페루·사우디의 ‘효’

‘효(孝)’. 부모에 대한 존경을 뜻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수직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부모자식 간의 소통 단절이나 범죄가 늘면서 ‘무엇이 효인가’ ‘효는 꼭 필요한 개념인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이 우리 사회에 떠올랐다. 어버이날을 맞아 외국에서는 ‘효’ 인식이 어떤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논어』, 『맹자』, 『효경』의 나라 중국. 중국에서는 효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홍윤기(중어중문) 교수는 “물론 효에 대한 개념은 있지만, 가정 내에서의 상하관계, 권력관계를 내포하고 있을 뿐”이라며 “중국은 소수민족이 많고, 영토가 넓다 보니 각 지역마다 효의 정도가 달라 딱히 ‘어떻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들의 인식을 알기위해 국제어학원 수강생 중국인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했냐는 질문에는 6명이 그렇다고 응답했고, 결혼 후 부모를 모실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11명이 모실 거라고 응답했다. 용돈은 한달평균 35만원을 받는다.


중국의 가족형태에 대한 질문에 홍 교수는 “1가정 1자녀 인구 억제정책으로 여러 문제가 생긴다”며 중국의 ‘검은 아이’, ‘소 황제’ ‘소 공주’에 대해 설명했다.
‘검은 아이’는 아이를 둘 이상 낳으면 벌금을 내야하는 인구억제정책 탓에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번호가 없는 아이를 말한다.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또 한 가정에 한 명의 아이만 허락되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이, 일곱 명 중에 아이 하나인 꼴이다. 그렇다보니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떠받들듯이 자라난 아이를 소 황제, 소 공주라 부른다. 한편 유물론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에서는 제사문화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차 사회주의적 성향이 옅어지면서 장례식을 치르거나 점괘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는 ‘효’라는 단어가 없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모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한다. 곤유미(일본어) 교수는 “한국에 와서 놀란 게 나와서 사는 학생들 대부분이 주말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학생들은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알바를 하기 때문에 가까이 살아도 집에 잘 찾아가지 않고, 주말은 친구들과 보내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용돈도 주로 고등학생 때까지만 받고 대학생부터는 생활비(집세, 교통비)만 받거나, 모든 생활비 및 학비를 자신이 벌어 해결한다.
곤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취업 후에 한국처럼 ‘부모에게 한 달에 얼마씩 용돈을 드린다’는 개념이 없다. 다만, 부모가 연금을 못 받아 생활이 곤란할 때는 집세를 내주는게 일반적이다.


페루는 어머니의 날(5월 둘째주 일요일)과 아버지의 날(6월 셋째주 일요일)을 나눠서 기념한다. 그 중 어머니의 날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금요일에 어머니들을 초청해 큰 행사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각자의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학급별로 준비한 어머니에 대한 노래나 시를 선보인다. ‘최고의 어머니’를 선발하기도 하는데, 보통 한부모가정 등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에게 학생들이 돈을 모아 물건을 사서 선물한다. 집에서는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편지와 선물을 전달한다. 이때, 어머니의 날이라고 해서 아버지의 선물을 빼놓지는 않는다.


페루에 우리나라처럼 부모를 모시고 사는 풍습은 없다. 도를리스카 힐라레스(스페인어) 교수는 “‘집을 원하기 때문에 결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분가가 보편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페루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미혼이거나, 형제 중에 가장 잘 살거나 혹은 못 사는 경우다. 보통 가장 잘 사는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지만, 반대로 부모가 가장 빈곤한 자녀를 책임지고 사는 경우도 있다. ‘자식이 성인 되도 부모가 자식을 돌봐야 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부모가 아플 경우에는 가장 잘 사는 형제가 모시거나, 일정 기간을 순서대로 맡는 등 공동으로 책임진다. 우리나라와 달리 며느리가 아닌 ‘우리 형제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어버이날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장세원(중동) 교수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장례식을 제외한 생일, 어버이날 등을 기념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인인 다삼(컴퓨터과학·4)군은 “비록 어버이날은 없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모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존재하는데, 특히 남자 형제의 서열에 따라 그 의무감이 커진다. 하지만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것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부모 가까이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한 집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영은·김예은기자 dkdds@dankook.ac.kr

이영은·김예은 기자
이영은·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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