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生人權條例, 葛藤에서 벗어났으면
學生人權條例, 葛藤에서 벗어났으면
  •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 승인 2012.05.08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學生人權條例, 葛藤에서 벗어났으면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지역 중 ‧ 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근절 및 서울학생인권조례 이해를 위한 학교장 연수’가 개최되었다. 이 날, 연수가 시작되자마자 참석 교장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유인즉, 강의 담당자가 강압적인 학교문화를 설명하면서 완장을 찬 규율부 학생들이 엎드려뻗쳐를 시키는 1960, 70년대 사진을 강의자료로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學校長 분노케 한 學生人權條例

 

이러한 강의자료를 본 학교장들은 “지금은 학생들을 체벌하면 휴대전화로 촬영해 고발하는 시대인데, 옛날 사진이 현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학교 사정을 제대로 알기나 하느냐”라고 항의했다(동아일보 2012. 3. 1 「사설」).

또, 학교장들은 교내외 집회허용과 체벌금지, 두발 ‧ 복장 자율화로 인한 교육붕괴를 우려했다. 더욱이, 염려되는 것은 학칙(學則)과 조례(條例)가 서로 상충함으로써 학생지도에 혼선을 빚고 있다.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감의 학칙인가권을 폐지했는데, 서울시 교육감은 ‘조례가 학칙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학칙인가권이 폐지되었으므로, 교육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칙을 제정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하여, 서울시 교육청은 2012학년도 제1학기부터 시행되는 서울학생인권조례 범위내에서 학칙의 제정 및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과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일선 학교들이다. 지난 3월 개학과 함께 학칙을 손봐야 했지만 두 곳의 눈치를 보느라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러는 사이에 3월 2일 개학을 맞았다. 서울의 중 ‧ 고교가 일제히 개학을 하면서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몸살을 앓았다. 두발 ‧ 복장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발효된 뒤 첫 개학을 맞은 중 ‧ 고교 풍경은 염려했던 대로였다. 개학 첫날인 지난 3월 2일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머리에 염색과 퍼머를 하고 미니스커트 길이의 교복 치마를 입는 등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교했다(중앙일보 2012. 3. 3).

이러한 풍경을 지켜봐야 하는 교사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제12조에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두발에 대해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염색한 머리나 퍼머를 단속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귀걸이 ‧ 목걸이를 하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등교하는 학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가발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랑’만 강요할 수 있나?

 

학생인권조례가 무엇인가?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줌으로써 기성세대(旣成世代)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하려는 규범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유를 누리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이런 취지를 담고 있는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외국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권리뿐 아니라 남을 존중하는 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한 반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권리만 열거하고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다”는 우려를 펴고 있다(조선일보 2012. 1. 30).

대한예수교 장로회도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철폐를 촉구한 바 있다. 조례 제6조는 “문제 학생의 제지가 어려워지고 학교내의 학생비행 저지를 위한 최소한의 체벌조차 금지하므로 교사의 교권이 무시되고, ‧ ‧ ‧ 학생들은 자기 조절능력이 부족하여 탈선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 조항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조선일보 2012. 2. 21).

 

또,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수범자인 학생 스스로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고등학생포럼은 지난 2월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학생인권조례 일부 조항들은 조례 도입 의도와는 달리 교권(敎權)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學習權)을 침해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조례 제17조 제3항의 ‘집회(集會)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학생들은 신분(身分)을 고려할 때 정치적인 세력 혹은 입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데, 인권조례에서 정치활동참여 권리를 명문화한다면 이를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며, 아직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이 몇몇에 의해 선동되고 시위에 이용 당할 것이고 이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크리스천투데이 2012. 3. 3).

 

물론, 중 ‧ 고교 학생들을 미성숙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율을 억제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학생들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율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치관(價値觀)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중 ‧ 고교생들에게 지나친 자율은 자칫 방종을 불러와 탈선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우리 교육현장은 오랫동안 유교적 사고(儒敎的 思考)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급진적인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교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이처럼 학생인권조례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중 ‧ 고교가 이제는 ‘일진회’(一陣會 : 학교폭력조직)로 뒤숭숭하다. 전국 1만1363개 초 ‧ 중 ‧ 고교 재학생 558만9267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136만6799명이 설문조사에 참여), 중학생이 33%, 고등학생이 11.6%가 “우리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2012. 4. 20).

교과부가 발표한 통계를 접한 학부모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학부모 A씨는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일진회가 있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일진회의 충격에 휩싸여 있는 중에, 지난 5월 1일에는 부산의 여중생 B(14) 양이 A(51)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인 즉, A 교사가 복장 불량한 B 양을 발견하고, “벌점을 줘야겠으니 교무실로 가자”며 B 양의 손을 잡고 끌자 B 양이 “놔라, 놔라”면서 A 교사의 뺨과 머리를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잡아 흔들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2. 5. 3). 이를 지켜보던 한 여학생은 A 교사를 향해 “그 손 놔라, 이 ☓아”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신한 A 교사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 속담에 “덫에 치인 범이요, 그물에 걸린 고기”라는 말이 있다. 요즈음 중 ‧ 고교 교사들이 처한 입장이 그러하다. 교과부를 따를 수도 없고, 서울시 교육청을 따를 수도 없다.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교사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 서울시 의회가 추진 중인 ‘교원보호조례’가 묶인 교사의 손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왜,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지를 알면 답이 보인다. 학부모 ‧ 교사, 그리고 전문가의 폭넓은 의견을 모운다면 학생도, 교사도 만족하는 학생인권조례가 태어날 텐데 말이다. 왜, 이리도 조급을 떨까. 참으로 안타깝다.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권용우<명예교수 ‧ 법학>

 dknew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