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 20. ‘에이트 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
직업 탐구생활 20. ‘에이트 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
  • 김예은 기자
  • 승인 2012.05.08 14:51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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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자주 보고 그 자체로 즐기는 것 중요”
▲ 미술품 경매를 진행하고 있는 박혜경 대표.

2007년 국내 미술시장 최고가인 45억2천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 2010년 35억6천만 원에 팔려 미술시장의 핫이슈가 되기도 했던 이중섭의 유화 <황소>. 모두 한 사람이 이뤄낸 경매 기록이다.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 ‘에이트 인스티튜트(www.ait.or.kr)’의 박혜경 대표를 만나 봤다.  <편집자 주>


경매에 접수한 고객 현황을 파악하고, 미술품 소장가를 만나고, 수집가를 상담해 주고, 강연을 한다.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사로 잘 알려진 ‘에이트 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의 하루 일과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술품 경매 때 출품 작품을 소개하고 경매를 진행하는 일 외에도 ‘미술품 경매사’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낸다. 접수된 작품을 모아 출품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감정을 준비하고, 수급된 작품으로 도록을 제작하는 것까지도 미술품 경매사의 몫이다.

박 대표가 처음부터 미술품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대기업 홍보실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을 때, 지금의 서울옥션 이효재 회장이 아트 디렉터 일을 제안했다. IMF로 인해 미술품 판매가 거의 중단돼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술품 경매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술품을 공유하고 수집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당연히 ‘미술품 경매’에 대해 알려줄 사람도 없어서, 경매를 10여 회 진행할 때까지 외국의 경매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

박 대표는 “당시 소더비 한국지사장이 구해준 해외 경매를 찍은 비디오를 우리말로 바꿔가며 연습했다”며 “화가와 미술평론가, 고미술품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전문 지식을 쌓고,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사게 된 경위부터 구입 가격까지 꼼꼼히 물어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만 200회 넘게 진행하고, 박수근의 <빨래터>를 45억2천만 원에 낙찰시킨 박 대표이지만, 아직도 경매장에 들어서면 떨린다. 불현듯 스쳐가는 번호패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한편, 망설이는 응찰자들의 미묘한 심리를 읽어가면서 밀고 당기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전광판에 표시되는 금액도 순발력 있게 확인하며 최대한 공정하게 낙찰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 같은 팽팽한 신경전이 보통은 2시간, 길어질 때는 4시간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도 새로운 작품이나 사장될 뻔 했던 작품을 세상으로 끌어낼때는 말 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박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이봉상 화가의 작품을 꼽는 이유도 그렇다. 처음 감정을 받으러 왔을 때 작품 소장자는 그 그림의 가치를 잘 몰랐었다. 하지만 감정 과정에서 이봉상 화가의 매우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인 것이 판명됐고, 결국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3배나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그렇다면, 미술품 경매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미술품을 자주 접할 것과 특유의 말솜씨를 꼽았다. 박 대표는 “꼭 미술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품을 자주 보고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매를 직접 진행하고 참여자들을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스피치 스킬과 순발력도 필요하다.  

박 대표가 바라보는 미술품 경매사의 전망은 매우 밝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가 1조원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무엇보다 수집품이나 예술품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비즈니스 아이템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역할에 관심이 있는지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 관련 영화를 보거나 경매장, 강연, 전시회 등 미술 현장을 많이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예은 기자 eskye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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