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버이날도 그렇게 흘러갈 뻔 했다. 얼마 전 기자는 부모님과 큰 갈등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집과 떨어져 살다보니 부모님과의 대화가 적었고,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대체 부모님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몇 시간을 횡설수설한 나에게 그는 “편지를 써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편지를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면서 스스로 지금의 상황과 가슴에 맺힌 감정들이 대부분 정리가 되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곧 어버이날이기도 했던 터라 지인의 조언을 실행하고자 바로 다음날 대전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평소 글을 쓰는 것이 생활화된 기자였지만 부모님을 위한 편지를 써본 적이 없어서인지 편지가 써지지 않았다. 첫 줄부터 막막했다. 편지에 한 문단을 쓰는 데 두 시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한 문단을 쓰고 나니 그 이후에는 감정 선에 따라 써내려갈 수 있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감사함을 담아 겨우 편지 한통을 완성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쑥스러움에 편지를 계속 드리지 못하다가 집에서 나오기 전, 말없이 편지를 남겨두고 나왔다.
얼마 안 있어 전화 한통이 왔다. 엄마였다. 엄마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한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고맙다”란 한마디에 편지를 쓰면서도 편지를 남겨두면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흘렀다. ‘왜 내가 지금까지 편지 한통도 드리지 못했을까’란 후회가 들었다. 편지 한통이면 될 것을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 최근 식품관련 업체의 설문조사에서 어버이날 가장 받기 싫은 선물 1위가 ‘카네이션’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어버이날 선물로 반드시 카네이션만 받아야 되는 법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또 전자기기, 현금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는데 ‘성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데 씁쓸하게도 어버이날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의 1위는 “아픈데 없다. 건강하니 걱정마라”라는 말이었다. 이어 “바쁜데 내려오지 마라”라는 말이 순위를 이었다.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부모님께 ‘표현 하라’는 것이다. 매 어버이날마다 부모님은 우리의 진심어린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의 말, 한통의 편지. 작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진심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과 선물 보단 한통의 편지를 쓰는 것이 어떨까.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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